'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피사체를 향해 셔터를 누를 때의 쾌감이 카메라의 묘미라 할 수 있죠."
35년간 광주광역시 본촌공단 소재 제과 회사에서 근무한 박인호 씨는 정년퇴직 후 전업 사진작가로 변신한 기쁨을 이같이 표현했습니다.
박인호 작가는 우리 생활 주변에서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진솔한 모습을 주로 앵글에 담아 왔습니다.
최근에는 광주광역시 남구 가족센터에서 '그리운 어머니'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작가가 경상남도 남해와 경주, 전남 구례, 완도 청산도, 신안, 광주의 어느 골목 등 10여 년 전부터 찍어 온 어머니의 모습들입니다.

◇ "어머니를 보면 가슴이 뭉클"특히 완도 청산도에서 촬영한 작품이 인상적입니다.
이 작품에는 시금치 농사를 짓던 중 잠시 일손을 멈추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어머니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작품 속 어머니의 미소는 꾸밈없이 순수하며, 우리네 삶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박 작가는 "어머니를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며 "얼굴 표정과 동작에 맞게 명암을 조절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한 장의 어머니 사진을 마주할 때 우리는 그들의 고단함과 사랑, 때로는 침묵 속에 흐르는 눈물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처음 카메라를 접하게 된 것은 1989년 회사 내 사진동아리에서였습니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카메라들 메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촬영하는 즐거움은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게 하는 청량제였습니다.
◇ 故 신복진 작가로부터 촬영법 배워이 무렵 그는 5·18 당시 현장을 누비며 생생한 장면을 앵글에 담은 사진기자 출신 故 신복진 작가로부터 사진 촬영법을 배웠습니다.
그 영향으로 그도 초기에는 사실적이고 리얼한 사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한 사람의 생이 끝나는 장례식 풍경을 찍으러 다녔습니다.

그렇게 10여 년간 이력을 쌓아 2004년 한국사진작가협회에 정식 입회하였습니다.
사진작가로 데뷔한 그는 지자체 행사와 축제 현장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일 년 내내 전국에서 벌어지는 축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장면을 연출하기 때문에 사진작가들에게 매력적인 촬영 장소입니다.
그동안 즐겨 찾은 축제 현장은 전북 김제 지평선축제를 비롯 경남 진주 유등축제, 충남 부여 서동축제, 충남 보령 머드축제 등입니다.
◇ 순간을 놓치게 되면 다음 해를 기약그는 "축제 현장은 특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데, 특히 축제마다 전통혼례식이 열리기 때문에 사진 촬영에 더욱 매력적인 장소이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축제 현장 사진을 찍다 보면 말 못 할 애환도 겪는다고 토로했습니다.
김제 지평선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입석 줄다리기가 끝난 후 맨 마지막에 짚신을 하늘을 향해 던져올리는 장면을 촬영해야 하는데 이 순간을 놓치게 되면 다음 해를 기약해야 합니다.

또한 충남 보령 머드축제의 경우 갯벌에서 신나게 노는 인물 중심의 사진을 촬영하기 때문에 초상권 문제로 작품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제약이 있습니다.
그는 "외국인들은 개방적이고 자유롭게 자기 자신의 표정을 연출해 사진 촬영에 매우 협조적이다"고 말했습니다.
◇ 월출산과 대둔산, 철쭉 사진 명소광주 남구 진월동에 사는 그는 종종 집 부근 금당산을 오르는데 그때마다 항상 카메라와 삼각대를 배낭에 챙겨서 갑니다.
그리고 타임랩스를 이용해 산속 나무와 꽃들이 움직이는 장면, 구름의 이동 장면, 일몰 장면 등 긴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장면들을 압축해서 촬영하느라 하루를 보내곤 합니다.
또한 철쭉이 피는 이맘때는 영암 월출산이나 전북 대둔산을 즐겨 찾습니다.
바위틈 사이로 핀 철쭉꽃 장면은 사진작가라면 누구나 탐내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앞다퉈 월출산과 대둔산의 좋은 장소를 골라 한 장의 멋진 사진을 건지기 위해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박 작가는 "사진은 여백 속에 피어나는 빛의 예술이다"며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은 많지만, 빛을 통해 세상을 담아내는 것은 또 다른 감동을 안겨준다"고 피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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