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을 겨냥한 관세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있는 가운데 이런 변덕스러운 행보가 무엇보다 '본능'에 충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현지시간으로 9일 트럼프 대통령의 고위 참모진조차도 이날 상호관세 90일 유예가 발표될 것이라는 점을 알지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국제사회와 정치권, 시장의 반발에도 꿈쩍 않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는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미국 국채금리가 급락하는 와중에도 플로리다에서 골프를 치는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며 여유를 과시했습니다.
시장의 혼란은 일시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내 정책은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고집을 꺾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관세 유예는 없다고 호언장담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SNS에 "지금은 매수하기에 아주 좋은 때"라는 글을 올리고서는 3시간 뒤 갑자기 90일간 유예를 발표했습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 대표조차도 이날 연방 하원 세입 위원회 청문회 도중 관세 유예 결정을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NYT는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종잡을 수 없는 행보에 측근들이 관세 유예가 처음부터 계획된 전략이라고 포장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됐다고 짚었습니다.
스콧 베선트 재무 장관은 "처음부터 대통령의 전략이었다"며 국채 시장 급락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이 대통령의 '거래의 기술'을 알아채지 못했다"고 했고,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여러분은 미국 대통령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 마스터 전략을 보고 있다"고 옹호하기도 했습니다.
NYT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자신의 결정에 대해 국채 시장을 봤다고 말해 측근들의 이런 뒷수습을 무색하게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채 시장 반응 때문에 관세를 유예했냐는 언론 질문에 "국채 시장을 지켜보고 있다. 내가 어젯밤에 보니 사람들이 좀 불안해하더라"고 말했습니다.
나라별 관세율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즉흥적인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NYT는 복수의 관계자 발언을 종합해 USTR이 각국의 관세율과 무역 장벽에 대한 추정치를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관세율 공식을 고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를 기반으로 한 공식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NYT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문제에 있어 이처럼 공격적 행보를 보이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언급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다양한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매번 발목이 잡혔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집권 2기 때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주변에 말해왔다는 겁니다.
NYT는 다만 부동산업자 출신으로 채권시장의 영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의 경고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해지자 일단 방향을 틀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추가 면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도 "다른 어떤 것보다 본능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해 자신의 정책 결정 과정이 항상 데이터에 기반하거나 예측 가능하지는 않음을 시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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