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돋보기]항일의병 거점 화순 '쌍산의소'(1편)

    작성 : 2025-04-12 09:00:04
    "이등(伊藤)을 죽여 국가의 수치를 갚자"
    1907년~1909년까지 호남창의소의 본산
    '남한대토벌' 때까지 항쟁 불길 타올라
    양회일, 이백래 등이 주축..호남의병의 성지

    ▲ 쌍산의소 의병성과 막사터

    전남 화순군 이양면 쌍봉마을은 통일신라 시대 창건된 쌍봉사와 더불어 한말의병 전적지 '쌍산의소'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리고 소설가 정찬주 씨가 10여 년 전 이곳에 들어와 '이불재(耳佛齋)'를 짓고 집필활동을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국도를 타고 화순 이양을 지나 보성 방면으로 차를 달리다 쌍봉사로 이어지는 진입로로 들어서면 한말의병장 양회일이 살았던 쌍봉마을이 나타납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더딘 봄기운으로 회색빛이 자욱한 가운데 개나리와 매화 등 봄꽃이 환한 미소로 방문객을 맞아줍니다.

    필자가 '쌍산의소'를 찾은 것은 지난 2010년 한일병합 100주년 취재에 이은 두 번째 행보입니다.
    ◇ 동학농민전쟁의 상처가 깊었던 호남
    한말 항일 의병 봉기는 1896년부터 1909년까지 기간 동안 3차에 걸쳐 전개되었습니다.

    논문 '한말·일제시기 광주·전남지역의 민족운동'(이상식)에 따르면 1차 의병은 1896년 1월부터 위정척사파의 유생들이 중심이 되어 전국에서 봉기가 일어났습니다.

    유인석의 충주의병, 민용호의 관동의병, 경상도 안동의병이 활발했습니다.

    반면 호남지역은 동학농민전쟁의 상처가 워낙 깊었던 탓에 1차 의병이 다른 지방에 비해 뒤늦게 일어났습니다.

    ▲ 막사터 돌무더기

    2차 의병은 일제가 1905년 11월에 을사조약을 체결해 외교권을 박탈하고 통감정치를 실시하자 각계각층에서 들불처럼 번져갔습니다.

    이 때부터 호남의병이 전국의병의 중심을 이루면서 가장 격렬한 항쟁을 펼쳤습니다.

    면암 최익현과 임병찬이 주도한 2차 의병은 전국적으로 의병봉기를 독려했고, 전라도를 아우르면서 호남의병을 이끌었습니다.

    이어 3차 의병은 군대해산 이후인 1907년 9월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했는데, 그 중심에는 역시 호남의병이 있었고 특히 광주·전남의병이 그 핵을 이루었습니다.

    ▲ 의병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발 파편
    ◇ 3차 의병은 광주·전남의병이 핵심
    3차 호남의병은 광주를 중심으로 서북지방을 무대로 활약했던 기삼연의 호남창의회맹소와 동남지방을 거점으로 한 양회일과 이백래의 호남창의소, 그리고 독자적으로 활동했던 심남일, 안규홍, 양진여·양상기 부자의병대, 조경환, 김영백, 김동수, 김원국, 강사문, 이기손, 이대국 등 많은 의병활동이 있었습니다.

    1907년 9월에 봉기한 기삼연의 호남창의회맹소는 김용구 통령, 동학군으로 활동했던 김태원 선봉장을 중심으로 광주·장성·영광·함평·나주·담양·고창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였습니다.

    김준·김율 형제가 죽자 뒤를 이은 전해산이 남은 의병대를 수습해 나주·함평·영광·장성을 무대로 활동했는데, 때로는 조경환·심남일 의병대와 연합전선을 펴기도 했습니다.

    ▲ 중등 의병마을로 넘어가는 고갯길

    이 밖에 많은 의병장들이 광주·전남 각지에서 항일의병 활동을 펼쳤습니다.

    전반적으로 볼 때 1907년 가을부터 확대되기 시작한 호남지역의 의병운동은 1908년 봄부터 1909년 가을 일제에 의해 자행된 이른바 '남한대토벌' 때까지 그 전성기를 이루었습니다.

    연도별로는 1908~1909년에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 가재를 전당 잡혀 군자금을 마련
    호남창의소 양회일 의병장은 1907년 1월19일 가재를 전당잡혀 2,000여 원을 마련해 일가들과 하인들 그리고 동지들을 규합해 화순 쌍산의소에서 의병을 일으켰습니다.

    맹주의 이름으로 격고문을 발표하고, 총무에 양열묵, 참모에 임상영, 선봉에 임창모, 도통장에 이광언, 호군장에 임노복, 안찬재, 의사에 이백래, 정세현, 임노성 등을 임명해 진용을 갖췄습니다.

    ▲ 막사터 옆 계곡물

    또한 서고군중문(誓告軍中文)을 발표해 "동지들이 합심해 5적을 섬멸하고 이등(伊藤)을 죽여 국가의 수치를 갚기 위해 서로의 지킬 바 5조를 발표해 민폐를 없애고 통솔을 잘 따르며 이를 위반할 때는 군율을 시행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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