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의 경계를 넘어 광주 정신의 담론을 견고하게 쌓아 올리고 있는 계간 『문학들』 2025년 여름호(통권 80호)가 출간됐습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계간 『문학들』은 이번 여름호에서 '계엄 이후의 문학'에 대한 진단과 분석을 특집으로 꾸몄습니다.반복되는 폭력의 역사 속에서 이번에는 상처가 어떻게 치유될 것인지, 또 이렇게 쌓인 감정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서동진은 정치와 반정치, 비정치: 내란 정국의 정치를 생각한다에서 "찰나의 현실로 존재하다 사라"진 괴담 같은 계엄과 헌재의 대통령 파면 선고를 돌아보며 우리가 지금 어떤 정치를 경험하고 있는가를 환기시킵니다.

그리고 '광장의 정치'와 '제도의 정치'라는 구도 속에서 지난 "수십 년간 반복되어 온 숨바꼭질"의 종료는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또 "익히 보던 이런 순환"을 어떻게 돌파할 수 있는가를 묻고, 포악한 정치 세력을 몰아낸 '우리의 투쟁'을 그저 '민주주의의 승리로 자축'하는 것에 경계하며 지난 기간 우리의 '정치적 경험'이 정말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지 되짚어 내고자 합니다.권김현영은 촛불에서 응원봉으로의 상징 전환: 사물, 장소, 주체의 변화에서 '광장'의 주역으로서의 '여성'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2008년 촛불집회, 2016년의 탄핵 광장, 그리고 2024년 또 한 번의 탄핵 광장의 온전한 주체로서 여성들의 고투(苦鬪)들을 세세히 살피고 있습니다.
특히 2024년 탄핵광장의 주요 전환적 장면은 '상징의 변화, 주체 위치의 변화, 구도의 변화, 장소성의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촛불에서 응원봉으로 상징이 변화했는데 이는 응원봉이 단순히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도구가 아닌 저항의 표식으로 전환되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또한 페미니스트들이 무대 아래가 아닌 무대 위로 올라가게 되었고, 기존 운동 단체의 깃발과 개인 참가자들이 만들어 온 깃발이 섞이면서 운동권과 일반 시민 간의 대립적 프레임이 완화되었습니다.
그리고 탄핵 광장은 전국 지역에서 각자의 거점 속에서 이루어짐으로써 광화문과 여의도 광장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목소리들이 쏟아졌다고 해석합니다.첫머리를 차지하고 있는 <장소들>에서는 광주 '기역 책방'의 책방지기인 송기역 작가의 담론, 금남로, 소년이 오는 거리에서를 실었습니다.
작가는 '기역 책방'을 본진으로 하여 맺어진 작가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인근의 음악감상실까지, 여러 장소들을 촘촘히 잇고 있습니다.
이밖에 강희정의 '미카엘에게 보내는 편지' 등 시인들의 신작시와 소설로 강애영 '어떤기록', 고은경 '영서가 읽어 준 것은', 성혜령 '대부호' 등을 수록했습니다.
한편 2025년 5·18문학상 신인상 수상작 시-조모현 '꽃잎 속의 총구', 소설-최현무 '판 후이를 위하여', 아동문학-박정희 '긴긴밤 여우고개'를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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