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2개월간의 코이카(KOICA) 국내 교육을 마치고 염상섭 씨가 안착한 곳은 지구 반대편 볼리비아였습니다.
1인당 GDP는 한국의 약 10%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염상섭 씨가 2년 6개월간 머문 곳은 볼리비아 제3의 도시 코차밤바.
인구는 70만 명가량이며, 한국 교민이 끊긴 지 20년이 될 정도로 오지입니다.

◇ 온화하고 쾌적한 자연환경 '정원도시'코차밤바는 해발 2,570미터 고지대로 여름 26℃, 겨울철에도 영상 6℃로 연중 온화한 기온 분포를 보이고 있습니다.
염상섭 씨는 "코차밤바는 스페인 식민지 시절 한때 은광 개발로 들썩였던 계획도시로 기후가 온화하고 쾌적한 자연환경으로 '정원도시'로 불리우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또한 "온난한 기후 영향으로 농산물이 풍성하며 복숭아, 수박, 바나나, 망고 등 열대과일이 주로 재배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현지에서 2개월간 스페인어 교육과 기본 소양 교육을 마치고 주정부 사무소와 장애인 복지시설을 근무지로 배정받았습니다.
그리고 매달 생활비 1천 달러와 주거비 540달러를 합쳐 월 1,540달러를 코이카로부터 받으며 현지 봉사활동을 수행했습니다.

주 4일 근무 중 2일은 주정부 사무소에서 업무를 돕고, 주 2일은 복지시설에서 지적장애인을 돌보는 일을 하였습니다.
이후 근무지 변경을 통해 소년원(청소년 교도소)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이곳에서 청소년들과 어울리며 다양한 활동을 펼친 게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롯데타워 불꽃놀이 쇼를 보여주며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려 노력했다"고 밝혔습니다.
◇ 주정부 사무소와 복지시설에서 근무그리고 "정서적인 교감을 위해 화단 가꾸기를 실시했는데, 물뿌리개와 모종을 지원해 주고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도록 유도했다"고 나름의 노하우를 들려주었습니다.
원생들은 처음에는 마지 못해 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생기가 넘쳐나는 꽃밭을 보면서 점차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축구와 게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함께 공을 차기도 하고, 큐빅 게임대회를 열어서 상을 줘서 자긍심을 갖도록 하였습니다.
이어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가진 그는 한글 교실을 열어 한글을 가르치고, 젓가락 사용법과 한국 놀이 문화를 전수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 낡은 교실 수리해 청소년을 위한 공간 마련또한 염상섭 씨는 소년원 내에 낡은 교실 4칸이 방치돼 있는 것을 발견하고 손수 고쳐서 컴퓨터 교실, 사진·비디오 교실, 음악실, 헬스장 등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코이카 지원으로 진행되었는데 활동가 1인당 3만 달러 한도 내에서 '현장사업'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리모델링 공사에는 총 5만 달러가 소요돼 부족한 2만 달러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우페스(UPS)대학 총장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충당하였습니다.
청소년 공간 제막식 행사에는 주지사를 비롯한 현지인들이 참석해 새롭게 탈바꿈한 교실을 둘러보며 코이카와 염상섭 씨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는 특히 한국 교민 사범을 주지사에게 소개해 태권도를 군인 정규과목으로 채택되도록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주말에는 간혹 주지사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친분을 쌓는 등 우의를 다지기도 했습니다.그는 "볼리비아는 어느 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일제히 관직이 바뀌는 엽관제여서 신분 변동이 크게 일어난다"고 설명했습니다.
◇ 코리아의 위상 한껏 높이는 데 기여염상섭 씨는 이처럼 민간 외교사절로서 주정부 관계자들과 친분을 쌓고, 복지시설과 소년원에서 봉사활동을 통해 한류를 전파하는 등 코리아의 위상을 한껏 높이는 데 힘썼습니다.
그가 2년 6개월간 코차밤바에 머물면서 느낀 점은 비록 가난하지만 꾸밈이 없고 당당한 태도가 인상 깊었습니다.

일례로 길거리에서 쇼를 하거나 잠시 신호를 기다리는 차의 앞 유리를 닦아주고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은 돈을 받고도 결코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나에게 적선함으로써 당신이 천당에 가니까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염상섭 씨는 "볼리비아 사람들은 우리나라 국민소득의 1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가난하지만 행복지수는 오히려 더 높은 것 같다"며 "그들의 여유로운 마음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마음의 평안을 누리는 것도 볼리비아 사람들로부터 얻은 교훈 덕분"이라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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