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K-컬쳐 알리미' 염상섭, 산티아고 순례길서 깨달음 "남을 위해 살자"(1편)

    작성 : 2025-05-17 09:00:01
    공무원 퇴직 후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
    여행 다녀와 1년간 무료 급식소 설거지 봉사
    "가난한 나라의 친구 되고 싶다" 해외 봉사 결심
    [남·별·이]'K-컬쳐 알리미' 염상섭, 산티아고 순례길서 깨달음 "남을 위해 살자"(1편)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 볼리비아에서 복지관 수녀님과 함께

    올해 고희를 맞은 염상섭 씨는 퇴직 이후 지난 10년이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전남 지방자치단체에서 30여 년간 근무하다가 2014년 말 정년 퇴직하였습니다.

    퇴직 무렵 그에게 몇몇 기업으로부터 임원 영입 제안이 있었으나 거절하고 '백수'의 길을 택했습니다.

    "은퇴 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결행한 일은 50일간 혼자서 유럽 배낭여행을 떠난 것이었습니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그중 38일간은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로 보냈습니다.

    ▲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염상섭 씨

    ◇ 38일간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프랑스 국경에서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478㎞의 순례길은 말 그대로 고행 그 자체였습니다.

    하루 30㎞를 걸어야 하는 데다 계절적으로 겨울 시즌이어서 지친 몸에 추위와 배고픔이 더해져 저절로 눈물이 새어 나왔습니다.

    '괜한 고생을 사서 한다'는 생각이 밀려와 혼자서 불평도 해보았으나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막막한 순례길은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성모 발현으로 유명한 포르투갈 파티마성당에 들렀을 때, 잠시 명상에 잠겨 있는 순간 가슴 밑에서 '뜨거운 생각' 하나가 솟구쳤습니다.

    "지금껏 나 자신과 가족을 위해 살았으니 앞으로는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마치 신의 계시를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동안 직장 생활하면서 월급에서 소액이나마 일정 금액을 떼어서 사회복지단체에 꾸준히 기부하기는 했으나, 몸으로 돕는 일은 별로 한 적이 없었습니다.

    배낭여행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그는 결심한 대로 몸으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 2019 광주세계수영대회 봉사활동 장면(맨 오른쪽)

    ◇ 외부 연락 끊고 오로지 봉사활동
    그곳은 광주광역시 남구 광주공원 근처 노인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는 급식소였습니다.

    이곳에서 2015년 5월부터 2016년 5월까지 1년간 주 3회 설거지 봉사활동을 하였습니다.

    그는 "수행 겸 마음 수양의 일환으로 외부와 일체의 연락을 끊고 오로지 봉사활동에만 전념하며 의미있는 삶이 무엇인지 찾고자 했다"고 당시를 회상하였습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봉사활동이 얼마나 보람찬 일인가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 코이카 교육생들과 함께(왼쪽 세 번째)

    돌이켜 보면 그는 젊은 시절부터 끊임없이 뭔가를 추구하며 살아왔습니다.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도 학구열이 불타올라 행정학과에 편입해 졸업했으며, 행정학 석사와 사회복지학 석사를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퇴직 후를 대비해 컴퓨터 자격증, 사회복지사 자격증, 한국어 교사 자격증 등 여러 분야 자격증을 획득하였습니다.

    그는 이 자격증들을 활용해 노후에도 무료하지 않은 삶을 살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무료급식소 봉사가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지인으로부터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 해외봉사를 신청해 보라"는 권유를 받게 되었습니다.

    ▲ 볼리비아 수해현장 봉사활동 장면

    ◇ 가장 먼 나라 남미 볼리비아 신청
    그는 곧바로 코이카(KOICA) 홈페이지에 들어가 모집 요강을 꼼꼼히 살펴보니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 개발도상국 가운데 한국으로부터 지리적으로 가장 먼 나라인 남미 볼리비아를 신청했는데, 여러 심사과정을 거쳐 최종 선발되는 행운을 안았습니다.

    그는 면접 때 면접관이 볼리비아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가장 멀고 가난한 나라의 현지인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답한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후일담을 전했습니다.

    그는 2개월간 국내에서 사전 교육을 받은 후 현지에 도착해서 또다시 2개월간 언어교육과 적응교육을 받은 후 해당 근무처에 배정되었습니다.

    그는 2016년 11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약 2년 6개월간 볼리비아에서 봉사활동을 통해 한국의 이미지와 국위를 선양하는 민간외교관 역할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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