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담긴 내밀한 은유, 시로 풀어낸 이경은 시인

작성 : 2025-04-08 08:57:18
여섯 번째 시집 『꽃들에게 길을 묻다』 출간
꽃이 지닌 의미를 애틋함과 그리움으로 노래
국제PEN클럽 회원, 시 낭송가로도 활동
▲ 이경은 시인 사진과 시집 『꽃들에게 길을 묻다』

시 낭송가이자 시인인 이경은 작가가 꽃에 담긴 이야기를 시로 풀어낸 시집 『꽃들에게 길을 묻다』(시와사람刊)를 출간했습니다.

2014년 《시와사람》으로 등단한 이경은 시인은 시집 『시 소리꽃으로 피다』 1, 2, 3, 4집과 『둥근 초록을 쓰다』 등 모두 6권의 시집을 냈습니다.

"어느 날 세상의 꽃들이 나의 서사를 그려주었다"고 밝힌 그녀의 이번 시집에는 꽃을 닮은 순(順)한 시 78편이 향기를 머금고 있습니다.

그녀의 시들은 꽃들과의 내밀한 교감을 바탕으로 사랑, 추억, 그리움 등 내면의 정서가 아침이슬처럼 영롱하게 맺혀있습니다.
◇ 꽃을 닮은 순(順)한 시 78편 수록

며칠째 개가 짖어댄다
울먹이는 매화꽃을 보았나 보다
초경같은 꽃망울이 맺혔다
어머니 치마폭 같은 매화향이
현덕사 범종소리 따라 새인봉을 넘어가고
동적골 도랑물이 꽃잎 띄운
수반으로 변했다
이른 봄날, 동적골에는
매화꽃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

'잔향만리'- 동적골 매화

잔향만리는 광주의 무등산 계곡에 있는 동적골에 핀 매화꽃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며칠째 개가 짖어댄다"고 하는 서술은 어떤 사건을 암시합니다.

이어 시인은 의인화법을 통해 "울먹이는 매화꽃을 보았"을 것이라 가정합니다.
◇ 시각과 청각을 공감각적으로 융합

이는 매화꽃이 피고 매화꽃 향기로움으로 가득한 동적골을 형상화시키기 위함입니다.

매화꽃이 피는 장면을 개짖음으로 연결시켜 시각과 청각을 공감각적으로 융합한 표현기법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초경같은 꽃망울" "매화향이" "현덕사 범종소리 따라 새인봉을 넘어가고" "동적골 도랑물"에 "꽃잎 띄"워져 있는 것 등은 봄날의 환희와 생명의 환호작약을 짧은 형식 속에 잘 보여줍니다.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세상의 꽃들이 나의 문학적, 학문적 은밀한 은유를 들어 주었으며, 나의 시가 깊고 긴 호흡과 찰진 맛을 우려내는 근육으로 성장하길 지지해 주었다"고 전했습니다.

이경은 시인은 꽃의 향기에만 눈길이 머문 것이 아니라 세상사에도 날카로운 촉수를 겨누고 있습니다.

이번 시집의 한편에는 불편한 현실을 풍자하는 시편들이 있고, 그녀의 목소리는 정의로움과 인간다움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 우리 사회 모순과 부조리 비판

자녀를 포기하고
사랑도 포기한
젊은이들의 현실 앞에서
뉴스는 이들의 이혼을 자랑질한다

무엇을 포기해야 했을까

그러니까
거액의 위자료.........
이 부부가 우리들에겐 유책사유자다.

- '유책사유자' 中

현실이 개인의 삶을 좌지우지 지배하는 세상이 된 것에 대해 시인은 그 원인이 개인에게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그런 사회로 방치한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고 진단합니다.

강경호 시인은 시 해설에서 "이경은 시인은 사랑 시편에서는 꽃이 지닌 의미를 애틋함과 그리움의 감각으로 사랑을 노래하고 있고, 현실을 내밀하게 반영한 시편에서는 우리 사회가 지닌 그늘, 즉 모순과 부조리함을 비판과 성찰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평했습니다.

한편, 이경은 시인은 국제PEN클럽 회원이며, 시와사람 시학회 시목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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