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일어난 100일째를 맞았습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기획보도 이어가겠습니다.
참사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고, 유족들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진상규명, 망각의 두려움 등 제각기 다른 이유로 유가족들은 사고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고우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무안국제공항 2층 1번 게이트 앞.
나명례 씨는 큰아들과 예비 며느리를 잃은 뒤 이 노란 텐트를 하루도 떠난 날이 없습니다.
매일 공항에서 밤잠을 설쳤던 나 씨는 요즘 부쩍 아들의 목소리가 그립습니다.
▶ 싱크 : 나명례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 "셸터 같이 지키는 분들 오셔서. 본인은 없지만 (결혼식) 했었어요. 다들 잘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너무 속상해요."
사는 게 바빴던 남편이 안쓰러워 흔쾌히 친구들과의 여행을 허락했던 강승양 씨.
집에선 남편의 사진조차 마주하기 힘들지만 공항에선 처지가 같은 다른 유가족들과 이야기를 하며 슬픔을 나눌 수 있습니다.
▶ 싱크 : 강승양 /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 "제 일도 이야기하면 같이 걱정해 주고 그러니까 남편은 갔지만 가족을 얻은 것 같은 생각도 들어요. 의지할 사람 얻은 것 같기도 하고."
아내와 외동딸 부부, 어린 손주 두 명 등 5명의 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박인욱 씨도 '셸터 지킴이' 중 한 명입니다.
박 씨는 가족을 모두 앗아간 참사의 원인이 명백히 밝혀질 때까지 공항을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싱크 : 박인욱 /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 "내 삶이라는 건 없어요.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이상 일상으로 못 돌아가겠어요. 이 사람들을 우리 집에 아직 못 데려오고 있으니까. 원인이 밝혀지면 집으로 돌아오겠죠."
평생 자랑이던 딸을 잃은 여흥구 씨는 근거 없는 소문이 무성해져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흠이 될까봐 오늘도 공항을 찾았습니다.
▶ 싱크 : 여흥구 /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 "딸도, 사위도 보고 싶지만 시간이 갈수록 손녀, 손자가 보고 싶어요. 너무나 보고 싶고."
아직 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가족을 위해 오늘도 유가족들은 노란 텐트에서 새우잠을 자며 밤을 지샙니다.
KBC 고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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