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돋보기]광주 발산마을의 이색 겨울 풍경

    작성 : 2025-02-22 09:00:01
    산업화시대 방직공장 여공들의 애환 스며
    도시재생 통해 젊은 예술가들의 성지로
    런던올림픽 체조 금 양학선 기념관 '눈길'
    눈 덮인 기와지붕과 텃밭.."도심 속 전원 마을"

    ▲'별이 뜨는 발산마을'을 주제로 한 예술조형물

    광주광역시의 오랜 달동네 서구 양3동 발산마을은 어느 곳보다 겨울 풍경이 도드라집니다.

    무등산에서 불어온 바람이 광주천을 타고 산등성이를 휩싸며 눈 세례를 받은 비탈진 언덕에 잔설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골목길과 하얀 눈이 덮인 기와지붕과 텃밭은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도심과 다른 이색적인 설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발산마을은 겨울에 더욱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발산마을 커뮤니티 센터에서 내려다 본 설경

    발산마을의 존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상이 광주천 건너편 일신방직과 전남방직 공장입니다.

    발산마을은 방직공장의 배후 주거지로서 시대적 애환을 함께 해왔습니다.

    이곳에서 종사하던 수 많은 여공들이 뽕뽕다리를 건너 발산마을에 집단으로 거주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방직공장의 부침은 발산마을 변화에 시나브로 전이돼 오늘날 모습에까지 깊이 투영돼 있습니다.

    아득한 100년 전 시간의 퇴적과 산업화의 용틀임, 2020년대 서민의 일상까지 한 공간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가파르고 굴곡진 골목길, 그리고 군데군데 남아 있는 텃밭들이 이곳 사람들이 억척스레 살아온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증언합니다.

    ▲눈 덮인 텃밭에 고개를 내민 마늘

    그래서 시간의 지층을 파고 들어가면 아기자기한 이야기 거리가 골목 이곳저곳에 들꽃처럼 피어 있습니다.

    이러한 풍경은 작가들에게 호기심과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켜 창작에 자극을 주고 있습니다.

    발산마을 변화의 바람은 2014년 마을미술프로젝트를 계기로 불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 공공미술프리즘 '청춘발산'팀이 상주하며 마을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고 알록달록 색칠하는 컬러아트를 통해 회색빛을 거둬내고 화사하게 꾸몄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이 프로젝트는 지역예술인들이 대거 참여해 '별이 뜨는 발산마을'을 주제로 13개의 예술조형물을 설치해 예술마을로 탈바꿈 시켰습니다.

    이듬해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현대자동차그룹, 광주시와 함께 발산마을에 문화, 산업, 예술을 접목해 지속가능한 창조문화사업의 주춧돌을 놓았습니다.

    ▲계단 골목길과 담벼락 조형물

    2년간 진행된 사업을 통해 발산마을은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 일거리가 있는 주민주도형 창조경제모델로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발산마을은 이같은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젊은 예술가들의 성지로 탈바꿈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공유공간 '뽕뽕브릿지'가 있습니다.

    '뽕뽕브릿지'는 작가가 마을에 상주하면서 작업과 전시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복합개념의 레지던시(창작공간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민교육·기획전시를 비롯 국제교류 등 예술가와 예술작품을 국내외로 전파하는 공간으로서 문화수도 광주를 빛내고 있습니다.

    ▲양학선 기념관 전경

    지난해에는 30~40대 젊은 여성 작가 3명이 입주해 발산마을과 방직공장의 이야기를 예술로 담아내는 뜻깊은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발산마을에는 런던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 양학선 기념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양 선수가 인근 광천초등학교에 다니며 유년기를 보낸 곳으로 선수시절 활동 모습을 사진 등 전시물로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양학선 선수와 유니폼

    한편, 광주시는 발산마을 정상부에 자리한 발산공원을 도시 생태계 중심축으로 복원하고, 쾌적한 녹지환경과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생태공간으로 꾸밀 예정입니다.

    발산공원은 전체면적이 약 3만 3,000평(10만 9,550㎡)으로 서구 양동 옛 서부경찰서 부지에서부터 농성동 광천초교에 이르는 긴 능선을 이루고 있습니다.

    올해 설계에 들어가 2027년까지 조성할 계획입니다.

    ▲발산에서 광주천을 향해 바라본 풍경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발산 커뮤니티센터 옥상에서 광주천을 바라보니 건너편 방직공장 건물들이 겨울 나목처럼 헐벗은 모습으로 새로운 탄생을 위한 철거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방직공장 부지가 대규모 문화거점으로 개발되고 아울러 발산공원이 조성되면 발산마을의 독특한 문화 역사자원과 결합해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곧 봄이 오면 발산마을은 하얀 눈꽃이 진 자리에 텃밭의 파릇한 마늘 순처럼 희망의 새싹이 한층 돋아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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