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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계간 《열린시학》으로 등단한 오형록 시인이 수필집 『농사꾼 시인 오형록 희망일기』(문학들 刊)를 출간했습니다.
그는 1980년대 후반 서울의 작은 수출업체에서 표구 기술자로 일하다가 결혼 직후 연로한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고향인 전남 해남으로 귀농했습니다.
◇ 모친 부양 위해 해남 귀농
2003년 5월, 불볕더위 속에서 오이를 수확하던 중 번개처럼 시상이 떠올라 문학의 길로 빠져들었습니다.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 그는 촌각의 시간을 아껴 글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해 겨울 난생처음으로 응모한 문학상에 운 좋게 입상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밭에 나가 고된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그의 농촌살이 이야기에는 땀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늘 하루를 보람차게 채우는 노력과 그 속에 담긴 삶의 보람, 의미, 결실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보상받지 못했을 때의 절망감이 어떻게 다가오는지도 간접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습니다.
◇ 농촌 생활의 보람·의미·결실 담아
비닐하우스 300평에 고추 모종을 심었으나 미리 토양 살충제를 하지 않아 낭패를 봐야 했던 일, 앙고라토끼 20마리를 1년 만에 500여 마리로 증식하여 부농의 꿈을 꾸었으나 중국과 수교로 토끼털 값이 폭락하여 비통한 마음을 억눌러야 했던 일, 태풍 예보로 밤새워 비닐하우스 지붕을 넘나들며 로프 결속 작업을 해야 했던 일 등등.
누구보다도 열심히 농사를 지었다고 자부하는 그의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여름날 소나기처럼 독자의 가슴을 두드립니다.
"요즘 마을 곳곳에 가슴 아픈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애지중지했던 월동배추밭을 갈아엎고 있기 때문이다. 배추 모종부터 정식, 관수, 추비, 농약, 결속에 이르기까지 정성을 다했던 배추밭을 눈물을 머금고 갈아엎는 농민의 마음은 어떨까? 당신은 한 번이라도 농민의 처지에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성난 트랙터의 울음소리, 폐기 처분으로 갈기갈기 찢겨져 나가는 처참한 몰골에 트랙터라고 마음이 편한 리는 없겠다. 성난 트랙터의 검은 콧바람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 배추 폐기 처분 中
◇ "사랑은 함께 아낌없이 나누는 것"
농사꾼 오형록 시인은 "사랑은 일방적으로 베푸는 것이 아니라, 함께 아낌없이 나누는 것"이라는 진리를 농사를 통해 깨닫고 있습니다.
비록 "생산비를 빼고 나니 몇 푼 남지 않은", "인건비도 건질 수 없는 폐농"을 경험할지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행한다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 도쿄의 히가시나카노 인근 여행
또한 수필집에는 2019년 1월에 도쿄의 히가시나카노 인근으로 떠났던 일본 여행기를 실었습니다.
신주쿠의 재래시장 방문, 고속열차 로망스카 하코네 유모키행 탑승, 꿈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숲속의 유토피아 고라역, 소운잔역에서 탑승한 로프웨이를 통해 보게 된 도겐다인 호수의 비경 등을 상세하게 기록하여 보는 이에게 생생하고 가슴 떨리는 여행기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오형록 시인은 1962년 전라남도 해남군 현산면 고담리에서 태어나 2014년 계간 『열린시학』으로 등단했습니다.
시집 『붉은 심장의 옹아리』, 『오늘 밤엔 달도 없습니다』, 『꼭지 따던 날』, 『희아리를 도려내듯이』, 『빛 하나가 내게로 왔다』 등을 펴냈으며 평화 주제 문학 작품상, 시사문단 문학상(본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2024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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