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어느 시골 마을의 비극...'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 16년 만에 진실 드러났다

    작성 : 2025-10-28 16:54:56
    부녀, 청산가리 탄 막걸리 마시게 해 아내 살해
    1심 무죄·2심 무기징역·징역 20년 중형 선고
    '재심 결정' 광주고법, 16년 만에 무죄 선고
    ▲ 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피고인이 사건 발생 1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연 기자회견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시 한 마을에서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마신 주민들이 숨지는 비극이 벌어졌습니다.

    사건 당일 오전 주민 최 모 씨는 이웃 3명과 함께 막걸리를 나눠마셨습니다.

    그 순간 이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바닥으로 쓰러졌습니다.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마신 겁니다.

    막걸리를 마신 주민 4명 중 최 씨를 포함 2명은 결국 숨졌고 2명은 중태에 빠졌습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마을 이웃들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탐문 조사를 벌였지만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사건을 함께 수사하던 검찰은 용의자로 숨진 최 씨의 남편 75살 백 모 씨와 41살 딸을 공범으로 지목했습니다.

    ▲ 28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피고인들이 사건 발생 16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연 기자회견에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백 씨 부녀가 공모해 갈등을 빚던 아내 최 씨와 나머지 이웃들까지 살해했다고 본 겁니다.

    백 씨가 아내 최 씨를 살해하기 위해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건넸고 그 막걸리를 마신 최 씨와 이웃들까지 살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찰은 별건 수사 과정에서 "백 씨 부녀가 모의한 것"이라는 진술을 토대로 이들 부녀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들 부녀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백 씨 부녀와 최 씨의 갈등을 살인 동기로 볼 수 있다며 원심을 깨고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이들 부녀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2012년 3월 2심 선고대로 형을 확정했습니다.

    ▲ 지난 2009년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현장검증

    그로부터 12년이 흐른 2024년 9월 광주고법은 이른바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에 대한 재심개시결정을 내렸습니다.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진술 조작과 증거 은폐 등 수사권을 남용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재심 재판부는 이들 부녀가 한글을 제대로 모르는 점, 무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던 점 등을 토대로 재심을 결정했습니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의영 고법판사)는 28일 존속 살해 등 혐의로 기소돼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백 씨와 딸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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