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태평염전, 이례적 문화유산 취소 신청...'강제노동' 논란 탓

    작성 : 2025-10-26 07:10:02 수정 : 2025-10-26 08:56:17
    ▲신안 태평염전
    국가등록문화유산인 국내 최대 염전, '태평염전'이 문화유산 등록 말소를 신청해 심의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전남 신안군 증도에 있는 태평염전은 최근 국가유산청에 태평염전과 석조소금창고 등 두 건의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 말소를 신청했다고 26일 밝혔습니다.

    강제노동 의혹으로 미국 정부가 지난 4월 태평염전에서 생산한 천일염의 수입을 막은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자연재해나 화재 등으로 문화유산이 훼손되지 않았는데도 소유자가 등록 말소를 신청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태평염전의 문화유산 등록 말소 여부는 신안군과 전남도를 거쳐 최종적으로 국가유산청이 결정하게 됩니다.

    신안 증도의 태평염전과 석조소금창고는 지난 2007년 신안 비금도 대동염전과 함께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됐습니다.

    태평염전은 지난 1953년부터 70년 넘게 바닷물을 증발시켜 얻은 소금인 천일염을 생산해왔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 구제와 국내 소금 생산 증대를 목적으로 건립한 태평염전은 전증도와 후증도를 둑으로 연결하고 그사이 갯벌에 조성한 국내 최대 단일 염전입니다.

    소금창고는 개조를 거쳐 소금박물관으로 탈바꿈했는데 돌로 만든 초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태평염전은 국가유산청에 낸 의견서에서 "태평염전은 일제강점기 이후의 염업 발달을 상징하는 산업 유산으로 등록됐으나 강제노동 사건으로 상징성과 사회적 의미가 심각히 훼손됐다"면서 "더는 산업의 발전사나 지역 사회의 생활사를 긍정적으로 상징하는 기능을 하지 못해 문화유산의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적시했습니다.

    태평염전은 지난 2021년 드러난 염전 강제 노동 사건과 관련해 지난 5월 미국 정부가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자 미국에 해당 조치를 철회해달라는 청원서를 내고 제3자 기관 감사를 통해 소명할 예정입니다.

    당초 올해 제3자 기관 감사를 계획했지만,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내년 상반기 감사를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태평염전 관계자는 "1985년 인수 이후 천일염 산업의 역사와 가치를 지켜오고 있는 태평염전의 문화유산 등록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산업과 환경, 지역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남기 위한 것이었으나 강제노동 사건 이후 천일염 산업 전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크게 흔들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내부적으로 신속히 조치하고 제도를 개선했지만, 부정적 시선은 여전히 존재하며 문화유산의 의미와 상징성도 잃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태평염전 측은 국가등록문화유산 유지와 관리에 따른 비용과 책임은 컸지만 지원이나 혜택은 거의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태평염전의 국가등록문화유산 말소 신청에는 국내 천일염 산업의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해진 것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최대 천일염 생산지인 신안군의 염전 허가 면적은 현재 2천ha 정도로 지난 10년간 3분의 1로 줄었습니다.

    상당 규모가 태양광 사업과 양식장 등으로 전환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국 천일염 생산량도 16만4천t으로 10년 새 반토막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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