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에 못질한 KBS 촬영팀..인지 후에도 내버려둔 안동시

    작성 : 2025-01-02 17:11:26
    ▲ 세계문화유산 병산서원에 못질한 KBS 드라마 촬영팀 [민서홍 건축가의 페이스북]

    KBS2 새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제작진이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 인근 병산서원에 촬영소품을 걸기 위한 못질을 했다는 목격담이 나왔습니다.

    건축가 민서홍 씨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 계정에 '병산서원에 들렀다 황당한 상황을 목격했다. 공영방송이 드라마 촬영을 목적으로 나무 기둥에 못을 박는 등 문화재를 훼손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민 씨는 이와 함께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제작진의 촬영 차량과 제작진이 서원 건물의 나무 기둥에 소품을 거는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민 씨는 2일 재차 SNS에 '병산서원 목격담을 기록한다'라는 제목으로 좀 더 구체적인 상황을 정리한 게시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지난 12월 30일 오후 3시쯤 병산서원에 들렀다. 주차장 인근에는 KBS 드라마 촬영차량 약 7여대의 버스와 트럭들이 세워져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이후 민 씨는 "많은 스태프들이 분주히 오가는 것을 보았고, 입구에 다다르고 나서야 병산서원이 촬영장임을 알게 되었다. 병산서원은 사적 제26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소중한 문화재이기에 조금은 불쾌한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섰다"고 설명했습니다.

    ▲ 기둥마다 소품이 걸린 만대루 사진 [민서홍 건축가의 페이스북] 

    민 씨는 서원 내부에서 황당한 상황을 목격했다며 "여기저기에 드라마 소품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놓여있었고, 몇몇 스태프들이 등을 달기 위해 나무 기둥에 못을 박고 있었다. 둘러보니 이미 만대루의 기둥에는 꽤 많은 등이 매달려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이가 지긋하신 중년의 신사분이 스태프들에게 항의하고 있었고, 가만 보고 있을 수 없어 나도 문화재를 그렇게 훼손해도 되느냐며 거들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스태프들은 귀찮다는 듯, 이미 안동시의 허가를 받았다며 궁금하면 시청에 문의하면 되지 않겠느냐. 허가받았다고 도대체 몇 번이나 설명을 해야 하는 거냐며 적반하장으로 성을 내기 시작했다"고 적었습니다.

    민 씨는 이건 아니다 싶어 안동시청 문화유산과에 연락했으며, 담당 공무원에게 촬영 허가를 내준 사실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민 씨는 담당 공무원에게 "드라마 스태프들이 나무 기둥에다 못을 박고 있는데, 이 사실은 알고 있느냐. 문화재를 훼손해도 좋다고 허가했느냐고 따져 물었고, 그제서야 당황한 공무원은 당장 철거 지시하겠다 대답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민 씨는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에 신고하고, 다수 언론사에 해당 상황을 제보 시도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민 씨는 담당 공무원에게 촬영이 계획대로 진행됐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최초 신고했을 때는 적어도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나와 상황을 확인하고 사후관리하기를 바랬지만 역시 충분한 조치가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같은 상황에 대해 주변 자문을 구한 결과 "이런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특히 근대 유적지에서는 촬영을 목적으로 기둥이나 벽들을 해체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는 더욱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안타까움을 비쳤습니다.

    민 씨의 목격담이 화제가 되자, SNS상에는 드라마 촬영 당일 오전에 제작진이 서원 땅을 파서 '이래도 되나' 물어봤다는 목격담이 추가로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 세계문화유산 병산서원에 못질한 KBS 드라마 촬영팀 [민서홍 건축가의 페이스북]

    한편, 드라마 제작진의 문화유산 훼손 의혹과 관련해 KBS 측은 이날 "파악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문제가 된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는 올해 방영을 앞둔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입니다.

    평범한 여대생의 영혼이 깃든 로맨스 소설 속 '병풍 단역'이 '집착 남주'와 하룻밤을 보내며 펼쳐지는 일들을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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