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서 함께 시간 보냈는데.."우리만 살았다는 생각에 죄스럽다"

    작성 : 2024-12-31 17:37:26 수정 : 2025-01-01 23:57:54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 놓인 국화

    "우리만 살아남았다는 생각에 너무 죄스럽습니다. 편안히 영면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전남 순천의 한 초등학교 동문회장인 A씨.

    A씨와 동창생 48명은 올해 환갑을 맞아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3박 5일간 태국을 다녀왔습니다.

    이들은 당초 순천에서 가까운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를 타고 태국으로 갈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장인 A씨는 무안공항이 아닌 부산 김해공항으로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동창생들 대부분은 김해공항으로 가게 되면 여행 경비가 1인당 50만 원 이상 올라가는 데다 시간도 더 오래 걸린다며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그러나 A씨는 비용이나 시간이 더 들더라도, 넓은 좌석이 낫다며 김해공항으로 가자고 설득했습니다.

    차액 500만 원도 부담하겠다고 나섰습니다.

    A씨의 계속된 설득에 결국 김해공항 출발로 최종 결정이 났습니다.

    이들은 태국으로 떠난 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과 비슷한 일정을 보냈습니다.

    여행 마지막 날 A씨 일행은 희생자들과 선상투어를 같이 하면서 이름과 사는 곳을 묻고 스스럼없이 어울리기도 했습니다.

    동창 한 명이 이번 참사로 희생된 한 명과 지인이라, 짧게나마 정도 나눴다고 A씨는 전했습니다.

    A씨 일행은 지난 29일 새벽 1시 반쯤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당시에도 A씨 일행은 이들과 공항에서 또 한 번 마주쳤고, 반갑게 인사도 나눴습니다.

    방콕 수완나폼공항에서 출발시간이 같아 한동안 서로 덕담을 나누며 한국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까지 했습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다가오면서 A씨 일행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은 서로 다른 게이트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그때가 마지막이었습니다.

    A씨 일행은 방콕을 떠난 지 6시간 만에 김해공항에 무사히 도착했지만 제주항공 여객기에 올랐던 승객들은 비행기에서 끝내 내리지 못했습니다.

    A씨는 "환하게 웃던 그분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우리만 살아남았다는 생각에 너무 죄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편안히 영면하시길 기도드린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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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김재호 2025-01-02 01:10:21
      최저 생계비 남기고 재산 다 팔아서 피해자들에게 기부하세요. 이빨은 누구나 털 수 있습니다. 아가리 말고 행동으로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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