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춘 시인, 두 번째 시집『공수래 생수거』출간

    작성 : 2025-10-01 10:03:58
    실험적 기법으로 독창적인 시적 표현
    사회 문제에 대한 풍자와 성찰 돋보여
    조선대 미대 정년퇴임 후 시 창작 몰입
    ▲ 조규춘 시인의 시집『공수래 생수거』

    독특한 언어 조형으로 새로운 시풍을 선보여온 조규춘 시인이 두 번째 시집『공수래 생수거』(시와사람)를 펴냈습니다.

    조 시인은 첫 번째 시집『공수래 병수거』에서 언어유희, 패러디, 패스티쉬(pastiche, 합성작품), 아이러니, 역설 등 다양한 실험적 기법으로 독창적인 표현 방식을 구사해 눈길을 끈 바 있습니다.

    이번 시집 역시 시의 형식을 새롭게 변용하고, 문자의 의미와 시각적 형상을 융합하는 파격적 조형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조규춘 시인은 본디 오랜 시간 조선대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가구디자인을 전공한 예술가로, 창작과 교육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대학에서 정년 퇴직 후에는 언어 예술인 시(詩)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이라는 시각예술의 영역 곁에 '시'를 병립시킨 그의 선택은 단순한 취미 이상의 창조적 도전인 셈입니다.

    그의 예술 세계는 언제나 '전인미답'의 길 위에 세워져 있으며, 그 정신은 시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연자가 물방아 찧으면 육질이 다를까

    찌는 더위에 뚫어버린 막창
    찜통 세상으로 낮달이 들어선다
    죽부인 사랑방에 에어컨 입양하자
    외양간으로 쫓겨난 선풍기
    목덜미만 아프다

    서까래에 차일 치고 차단한 햇빛
    털가죽에 선크림 바르는 일
    복합 사료에 코뚜레 없는 육우
    부채! 부채 든 손가락 장을 지진다

    물 건너올 슈퍼 사료로 소죽을 쑬까
    뚫린 창에 거미가 방충망 친다
    막장에서 등물은 찜질 사우나인가
    한우가 눈곱 낀 뻘건 눈으로
    눈치껏 눈물 훔치며
    코뿔소를 낳는다

    (엉덩이에 뿔전문)

    그의 이러한 시적 모색은 1930년대 한국 모더니즘의 대표 시인 이상, 그리고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시인들과도 맥락을 같이합니다.

    그러나 조 시인의 시는 단순한 형식 실험에 그치지 않습니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의식의 중심에는 민족사의 진실에 대한 탐구, 사회 문제에 대한 풍자와 성찰,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갈망, 지구의 환경 문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집은 조규춘 시인이 예술가로서, 또한 시인으로서 개척해 온 새로운 길의 성과이자 결실입니다.

    백수인 시인(조선대학교 명예교수)은 "시는 언어의 예술이자 정신의 소묘다. 조 시인의 시가 걸어온 길이야말로 우리 문학이 향해야 할 다음 지평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고 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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