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 고발하기로 했지만..."고발요청서 작성해오라"

    작성 : 2025-10-08 20:44:00 수정 : 2025-10-08 22:14:54

    【 앵커멘트 】
    광주시교육청이 교사 대상 악성민원 2건에 대해 고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고발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반복된 민원으로 수 차례 의견서와 진술서를 작성한 피해 교사들에게 또 한 번 고발요청서를 작성하도록 하면서 소극적인 대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정경원 기자입니다.

    【 기자 】
    지난해 5월 달리기 기록 측정에 불만을 가진 학생으로부터 욕설을 들은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교권침해 사실을 신고한 뒤 학부모의 반복 민원에 시달렸습니다.

    학부모는 교육활동보호센터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이후에도 학생인권구제위원회, 국민신문고, 경찰에까지 민원을 넣거나 고소했습니다.

    A교사는 1년여 동안 계속해서 답변서와 진술서를 작성하며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 A씨 / 피해 교사(음성변조)
    - "계속 교육청이든 경찰이든 이런 식으로 전화가 오니까 다음에 또 어디서 전화가 올지 그런 두려움도 굉장히 컸습니다."

    악성 민원에 대한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산하자 광주시교육청은 A교사의 사례를 포함해 악성민원 2건에 대해 고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피해 교사들에게 또 한 번 고발요청서를 작성해오도록 하면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수 차례 사실관계를 담은 답변서와 진술서가 있는데도, 또 고발요청서를 요구한 겁니다.

    지난달 초 교육감이 직접 악성민원인을 고발한 울산교육청과 비교하면 여전히 소극적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울산교육청은 그간 피해 교사가 작성한 서류들을 토대로 교육청 차원에서 고발장을 작성한 뒤 피해 교사의 확인을 거쳐 고발을 진행했습니다.

    ▶ 김현주 / 전교조 광주지부장
    - "고발을 하겠다라고 했는데 막상 그 고발을 '교사가 원하면 하겠다, 그러니 고발의뢰서를 작성해라' 이렇게 하는 것이 과연 교육활동을 지키겠다고 하는 교육청의 태도일까 이런 궁금함이 듭니다."

    악성 민원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교사들이 각종 답변서와 진술서에 이어, 고발요청서를 작성하는 부담까지 지지 않도록, 교육청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KBC 정경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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