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다시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일단 잦아드는 국면에서도 국제 금(金)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거듭 갈아치우면서 금 강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간밤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산하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장보다 3.3% 오른 온스당 4,133.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온스당 4,018.3달러로 거래를 개시한 금 선물은 장 중 한때 4,137.2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비판하며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화 모드로 돌아서면서 간밤 뉴욕증시는 3대 지수가 일제히 반등했는데, '안전자산'인 금이 뜬금없이 함께 급등한 것입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중 갈등 완화에도 불구, 투기성 자금들의 유입이 지속되며 금이 4,100달러를 상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역사적으로 금 가격과 주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여왔습니다.
다만, 최근 2년 사이에는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수혜로 동반 상승 추세를 보여왔습니다.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온스당 2,641달러 수준이었던 국제 금 시세는 올해 현재까지 56.5%의 상승률을 기록 중입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자도 없는 금이 올해 모든 자산 중 수익률 1위를 기록 중"이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금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자 안전자산 역할도 수행하는데 작년부터 올해 금 가격의 가파른 상승은 대표적 위험자산인 주가와 함께 올랐다"고 짚었습니다.
그는 "주가와 동행, 달러와 금리의 절대 수준 등은 금에 우호적이지 않다. 현재 금 가격 상승의 핵심은 '유동성+국채 대용'의 가치로 보인다"면서 "결국 현재 금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경제적 관점은 유동성 공급의 수혜"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 주요국 재정 불안 우려 등이 안전자산으로의 채권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 것도 금 선호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미국 경기침체가 본격화한다면 금 가격 상승세도 주춤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윤 연구원은 진단했습니다.
경기 위축은 통상 금 가격에 긍정적 재료이지만, 수요 감소로 물가 상승이 둔화한다면 투자자들이 금보다 채권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윤 연구원은 "역사적 강세를 시현 중인 금 가격은 유동성의 '탐욕'과 재정 신뢰성이라는 '공포'가 만들어낸 결과"라면서 "당분간 금 투자에 유리한 환경인 점은 인정하나 금리를 같이 볼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IB)은 금 가격이 온스당 4,8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0분 현재 국내 금 시세(99.99_1kg)는 전장보다 4.52% 오른 1g당 21만 9,36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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