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이슈]"아직 안 가봤어?"..'걷기 매니아'가 극찬한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

    작성 : 2024-07-06 08:00:01

    인생의 버킷리스트라면 빠지지 않는 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을 계획하고 있다면, 혹은 여전히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남겨둔 이라면, 이곳부터 발길을 더해보는 건 어떤지.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백의 길'을 소개합니다.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백의 길'
    ▲전북 고창 '여백의 길'

    끝없이 펼쳐진 들녘과 아기자기한 지붕들.

    그 사이로 각자의 삶을 이고 진 사람들이 발걸음을 옮긴다.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 전북 고창 '여백의 길'이다.

    73km, 10개 코스.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그 계절이 품은 풍성한 색깔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여백의 길은, '성공무대의 길'로도 불린다.

    여백의 길을 걸으며 고창 성송면과 공음면, 무장면, 대산면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73km 10코스, 마을의 이름을 딴 '성공무대의 길'로도 불린다

    ▶ 김덕일 / '여백의 길' 길라잡이(광주 숭덕고 지리선생님·사진가)

    "호기심 덩어리이기 때문에. 제가 이제 여기 고창 걸으면서 디자인한 여백의 길 73km도 콘크리트에서 계속 다람쥐처럼 돌던 사람들이 이런 데 와서 좀 걷고 조금 편안하고 이런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 같이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맨 처음에는 이제 무조건 걷다가 '아, 이거 디자인해야 되겠는데' 그래서 이제 벤치마킹을 한 거죠. 올레코스를 보고. 나는 그래도 전공이 지리인데. 그래서 어떻게 코스를 정할까 하다가, 걷고 있는데 산티아고를 두세 번 걸으신 분을 우연히 만난 거예요. 7학년이 넘으신 분이 산티아고를 세 번 갔다 오셨어. 그런데 여기 만난 거예요, 길에서. 그 분한테 물어봤더니 보통 1시간 걷고 10분 정도 쉰다는 거예요. 내가 봤을 땐 군대에서 행군하는 거하고 똑같더라고. 완전 군장하고, 1시간 걷고 10분 쉬고 1시간 걷고 10분 쉬고, 똑같더라고."

    산티아고 순례길 '유단자'의 도움으로, 여백의 길 디자인에 본격적으로 나선 김덕일 길라잡이.

    ▶ 김덕일 / '여백의 길' 길라잡이(광주 숭덕고 지리선생님·사진가)

    "1시간이면 얼마나 걷지? 보통의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보통의 속도로 걸으면 한 4km 정도. 그래서 4km 단위로 끊어서 코스를 잡아야 되겠다. 그래서 이제 4km 단위로 끊은 거예요. 그래서 한 코스가 8km. 그러면 이거를 10번 하면 80km, 100번하면 800km. 산티아고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거 연습하면 여기 작은 산티아고인데', '아, 이거 멋진데'. 그리고 그분한테 물어봤어요, '여기 산티아고랑 비슷해요?'. 그래서 사진도 한 번 검색해봤어, 또. 근데 내가 찍어놓은 사진도 그렇고 산티아고 사진하고 비슷한 거예요. 막 '이거 뭐지?' 그러면 거긴 이제 성당에서 쉬어가는 거고, 여기는 마을에서 쉬어가고. 그다음에 마을이 없으면 중간에 절에서 쉬어가고 아니면 교회에서 쉬어가고. 너무 좋은 거예요."
    '휴먼북'이 온다
    ▲매주 토요일 오전 정기 걷기를 진행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채워간 여백의 길.

    어느덧 100회를 훌쩍 넘어 200회를 향해 가고 있다.

    길목마다 추억이 쌓인 만큼, 인생의 나이테도 더해지고 있다.

    ▶ 김덕일 / '여백의 길' 길라잡이(광주 숭덕고 지리선생님·사진가)

    "늘 설레요. 호기심이 더 충만 돼요. 오늘은 누가 오시지? 여백의 길에선 누구나 평등했으면 좋겠다.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비교적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세계인권선언문처럼. 그렇게 외치고 출발하는 거예요. 그러면 여러 사람들이 와요, 그러면 여기에 '우주'가 모여있더라고요. 정말 우주가. 놀래요, 가끔씩. 그래서 16분이 오면 16분의 휴먼북이 오는 거예요. 그것도 몇 십년씩 쌓여진 기록되지 않은 경험들이 오는 거예요. 그분들 얘기 듣다보면 자극을 되게 많이 받아요. 그런 것들.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기록할 수 있으면 기록하고 사진으로 찍을 수 있으면 찍겠다'라고. 제 미래에 또 한 꼭지인 거죠."
    '전국 걷기자랑'된 여백의 길
    ▲'여백의 길'을 디자인한 김덕일 작가는 후기를 보고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다.

    역시 입소문이 무섭다.

    그럼에도 가장 즐거운 일은 바로 '찐후기'를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

    이제는 전북을 너머 광주와 전남, 전국에서 찾는 둘레길이 됐다.

    ▶ 김덕일 / '여백의 길' 길라잡이(광주 숭덕고 지리선생님·사진가)

    "이게 이제 소문이 났어요. 사실은 조금. 그래서 서울에서 일부 걷기 팀들이 연락이 와요. 그러면 가이드해요, 길라잡이. 근데 그분들에게 '우리 길은 이렇습니다'라고 해요. 올려면 오고 말려면 말고. '우리 길은 걷다가 이렇게 문화재, 고인돌 들렀다 가고 그럽니다. 그것이 가능하시면 오시고 그렇지 않고 막 걷기만 한다면 여기는 재미없는 길일 수도 있습니다.' 3일 걷기 프로그램을 지금 2회째 했어요. 3일 동안 73km를 걷는 거예요. 하루에 한 25~26km씩. 그게 산티아고 걷는 거거든요. 하루에 한 25km 걷는 게. 그러니까 8km씩 3코스를 하루에 걷는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해야 3일 동안 80km를 걸어요. 산티아고를 그래서, 그거 가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가끔 그렇게 오세요."
    마을을 살리는 '여백의 길'
    ▲마을 주민들과 상생하는 '여백의 길'

    호기심에서 시작된 '여백의 길'은 이제 마을을 살리는 '길'이 되고 있다.

    ▶ 김덕일 / '여백의 길' 길라잡이(광주 숭덕고 지리선생님·사진가)

    "저는 더 꿈이 커요. 마을회관에 도움을 줘야 돼요. 그러면 마을회관에 머물면서 마을 이장님한테 판매가 가능한 농산물 그거를 알려주시면 저는 직거래로 링크를 시키고 싶어요. 물론 내가 플랫폼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에요. 외부에서 오면 이 사람들이 자고 그럴 수는 없냐, 물어봐요. 마을회관을 쓰고 싶어요. 사람이 없어요, 시골에. 마을회관에서 재웠잖아요. 마을회관 중에서 그래도 좀 깨끗하고 넓은 데. 관리가 되고 있는 데, 거기서 재우고. 그러면 '불법 아니냐', '아니, 사례금만 내라'. 그냥 고맙다고 정식 장사하는 거 아니니까. 마을에 회비 좀 주고 이렇게 자는데, 무슨 문제 있냐. 마을 사람도 좋아해요. 왜? 외부에서 손님이 왔잖아요. 플래카드를 쫙 걸었어요. 이제 그런 것들을 꿈꾸고 싶죠. 마을회관도 같이 살리고 마을도 살고 여백의 길도 살고. 그런 것들을 할 사람이 있어야 해요."
    끝없이 이어지는 길과 꿈
    끝없이 이어지는 길.

    길라잡이, 김덕일 선생님의 꿈도 같이 동행한다.

    ▲'여백의 길'을 디자인 한 김덕일 작가

    ▶ 김덕일 / '여백의 길' 길라잡이(광주 숭덕고 지리선생님·사진가)

    "마지막 하고 싶은 것들은 여기 오면 강의를 하고 싶어요. 고창에 대해서 적어도 사진 얘기는 난 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고창을 물론 더 많이 찍으신 분도 있겠지만 여백의 길 주변은, 저는 고창 얘기를 해드리고 싶더라고요. 내가 교육으로 했기 때문에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니까. 그분들(어르신들) 눈에 맞춰서 풀어서 가르칠 수 있으니까."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백의 길' 안에서는 무엇이든 비울 수 있고 그리고 채울 수 있다.

    이곳이 '여백'의 길인 이유다.

    (기획·편집 : 전준상 / 취재·구성·내레이션 : 정의진 / 제작 : KBC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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