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연락 어려웠던 수상자"...20시간 만에 노벨상 수상 통보

    작성 : 2025-10-08 17:11:52
    ▲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프레드 램즈델 [연합뉴스]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연락이 두절됐던 미국의 면역학자 프레드 램즈델이 휴대전화기를 '비행기 모드'로 해둔 채 로키산맥을 여행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7일(현지시각)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램즈델은 지난달부터 아내 로라 오닐과 함께 반려견 두 마리를 데리고 로키산맥 일대 아이다호주, 와이오밍주, 몬태나주의 산악지대에서 캠핑과 하이킹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중요한 통화를 해야 할 일정이 잡혀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휴가기간 대개 휴대전화를 꺼놓거나 비행기 모드로 해 놓고 연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6일 오후 옐로스톤 국립공원 근처의 미국 몬태나주의 한 캠핑장에 들러 트레일러가 달린 SUV를 주차했습니다.

    이들이 통화 불가능 지역에 있다가 통화 가능 지역으로 들어오자, 아내의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가 쏟아졌습니다.

    아내는 "당신 노벨상 받았어!"라고 소리쳤지만, 휴대전화를 '비행기 모드'로 해뒀던 램즈델은 "아닌데"라고 말했습니다.

    아내가 다시 "당신이 (노벨상) 받았다는 문자메시지가 200개 와 있어!"라고 알려준 뒤에야 그는 새벽 2시부터 노벨위원회 측에서 수상 소식을 알리려는 전화가 여러 차례 걸려왔지만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수상자 발표 후 한동안 램즈델이 연락이 되지 않자, 그가 속한 샌프란시스코 소재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의 공보담당자는 램즈델에게 아직 노벨상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며 "그가 전기, 통신이 연결되지 않은 곳으로 하이킹을 떠나 최고의 삶을 즐기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운전 도중 들른 캠핑장에서 상황을 뒤늦게 알게 된 램즈델은 남겨져 있던 전화번호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당시 노벨위원회가 있는 스웨덴은 밤 11시여서 통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램즈델 부부가 6일 밤에 몬태나주 리빙스턴에 있는 숙박업소에 도착하고 나서야 잠에서 깨어난 토마스 페를만 사무총장과 램즈델 사이의 통화가 이뤄졌습니다.

    스웨덴 시간으로는 7일 오전 6시 15분이었고, 페를만 사무총장이 통화를 처음으로 시도했던 때로부터는 20시간이 지난 뒤였습니다.

    페를만 사무총장은 자신이 2016년 이 자리를 맡은 후 이번이 수상자에게 연락하는 데에 가장 어려움을 크게 겪었던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램즈델 부부는 7일에도 6시간을 추가로 운전해서 가족이 가을·겨울에 거주하는 몬태나주 화이트피시의 집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램즈델은 일본인 학자 사카구치 시몬과 또 다른 미국인 학자 메리 E. 브렁코와 함께 릴레이식으로 업적을 쌓아 인간 면역체계의 경비병 역할을 하는 '조절 T세포'의 비밀을 밝혀내 올해 노벨 의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수상 결정 직후 여러가지 이유로 제대로 곧바로 연락이 닿지 않은 일은 종종 발생합니다.

    페를만 사무총장은 이날 램즈델과 함께 상을 받은 브렁코에게도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아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브렁코는 스웨덴에서 온 번호가 전화기에 찍힌 것을 보고 스팸 전화라고 생각해 무시했다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지난 2008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미국의 컬럼비아 대학 마틴 챌피 박사는 "자는 동안 전화벨 소리를 들었지만, 이웃집 전화인 줄 알았다"며 이 때문에 수상 소식을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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