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경기미로 둔갑 판매..전남 친환경 쌀의 수난

    작성 : 2017-11-12 16:00:26

    【 앵커멘트 】

    전남에서 생산된 친환경쌀이 다른 지역으로 팔려가 경기미, 충청미로 둔갑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는지요?

    매년 천억에 가까운 혈세를 친환경 쌀 보조금으로 쏟아붓고 있는데요,

    정작 그 돈 들여 생산한 친환경쌀은 전남이라는 산지 표시를 감춘채 판매되고 있습니다.

    탐사 리포트 뉴스인, 박성호, 이형길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해남에서 만8천평에 유기농 쌀 농사를 짓고 있는 김 모 씨.

    밀키퀸과 고시히카리 등 손이 많이 가는 최고급 품종을 직접 개발한 퇴비로 애지중지 키우고 있습니다.

    김 씨는 그렇게 키운 유기농쌀을 전부 경기도나 경상도, 충청도의 친환경쌀 유통업자에게 팔고 있습니다.

    전남 지역에서는 제 값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싱크 : 친환경 쌀 재배 농민
    - "안타깝죠. 제 가격을 못받으니까. 많은 양을 팔려다보니까 중간 업체를 통해서 큰 업체로 나가죠."

    팔려나간 벼들은 어떻게 됐을까.

    벼를 사간 유통업자들이 내놓는 상품을 살펴봤습니다.

    어디에서도 전남산이라는 글귀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유통업자들이 다른 시도 지역의 이름을 따서 만든 상품에 섞어서 판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싱크 : 충청지역 유통업자
    - "우리꺼랑 섞어써요 사실은. 예를 들어 5:5로 3:7로 블랜딩을 해서 나간다던가."


    포장지에 다른 지역 이름이 적혀있어도 원산지 표기만 국내산, 품종은 혼합으로 뭉뚱그려 놓으면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습니다.//

    ▶ 싱크 : 경북지역 유통업자
    - "오히려 전라남도 쌀을 광고하면 바이어들이 가격을 안줄려고 하죠. 전라도 쌀인데 왜이래 비싸 이렇게 나와버리죠."


    전라남도는 한 해 전남에서 생산되는 친환경쌀 가운데 10%에 달하는 만 5천 톤이 이름없이 타 시도로 반출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다.//

    ▶ 인터뷰 : 박철홍 / 전남도의원
    - "전남도내에서 도정처리 능력을 초과하는 9.9%가 경기도나 다른 지역으로 나가고 있다고 자료를 받았습니다."

    ▶ 스탠딩 : 박성호
    전라남도는 지난 2004년부터 매년 8백여억 원을 들여 친환경 농업을 육성해왔습니다.

    지금까지 모두 합치면 1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혈세입니다.

    그 결과 전남의 친환경 쌀은 15만8천 톤, 전국 생산량인 42만 2천톤의 37%를 차지할 정도로 양적인 성장을 거뒀습니다.

    친환경 농업의 선진 지역으로 홍보되고 있는 전남에서 왜 농민들은 오히려 타 지역으로 쌀을 반출하고 있는 걸까요?

    이어서 이형길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경기도와 충청도 업체에 쌀을 납품하는 상인들은 전남에서 친환경 벼 10kg을 만 5천원 안팎에 사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 벼가 도정된 뒤 소비자에게 팔리는 가격은 3만원에서 4만원 선.//

    도정과 포장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최소 2배 이상 가격을 더 받고 있습니다.

    ▶ 싱크 : 해남 친환경 쌀 재배 농민
    - "옛날 말이 ‘곰이 재주는 부려놓고 돈은 엉뚱한 사람이 받아간다’고. 우리는 고생해서 농사지어놓으면 엉뚱한 지역에서 사다가 유기농쌀이라고 그 사람들만 배불리고."

    농민들도 업체의 폭리를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전남 내에서 고품질 친환경 쌀에 제 가격을 쳐주는 곳이 없기 때문에 이마저도 사주면 고마운 실정입니다.

    CG
    정부 비축미는 친환경 쌀이라도 일반쌀과 같은 가격으로 매입됩니다.

    농협을 통하면 일반쌀보다 10% 정도 더 가격을 더 받을 수 있지만, 매입량 자체가 전남 전체 친환경 쌀의 15%도 안됩니다.//

    ▶ 싱크 : 화순 친환경 쌀 재배 농민
    - "(농협이) 학교 급식 입찰 받아서 가져가지 평소에는 안사가 저 사람들.."

    농민들이 직접 소비자들에게 파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고령의 농민들 입장에서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결국 농민들 입장에서는 농협 수매가보다 40kg 기준 5천원에서 만원정도를 더 쥐어주는 타지역 유통업체만 바라볼 수 밖에 없습니다.

    ▶ 인터뷰 : 강칠석 / 전남친환경농업인협회 부회장
    - "유기나 무농약이 남아돌아가니까 나중에는 가져가라고 사정해야할 정도입니다. 초가을에 팔지 못하면 사정해서 가져가라고 해야돼요."

    스탠드업-이형길
    14년간 1조원의 혈세를 쏟아 부은 전남의 친환경 농업.

    단체장들은 이렇게 늘어난 친환경 재배면적만 홍보해왔지만, 실상은 혈세에 의지한 우리 지역 친환경쌀로 타지역 유통업체 배만 불려주는 꼴입니다.

    kbc 이형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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