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포장 공사장에서 발생한 소음·진동으로 주변 양식장의 뱀장어가 집단 폐사한 사건을 두고, 법원이 공사를 발주한 지자체와 시공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광주지법 제13민사부는 A 씨 등 양식업자 2명이 전라남도와 도로포장 시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9일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전라남도와 시공사는 원고 2명에게 6억 845만 8,530원과 지연 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습니다.
A 씨 등 원고 2명은 전남 영광군에서 뱀장어 양식장을 운영하는데, 2020년 집단 폐사 피해를 봤습니다.
양식장 축양장·비닐하우스와 15.3m~184.7m 떨어진 도로를 포장하는 공사가 2015년 1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진행됐는데, 원고들은 소음·진동이 심해 뱀장어 폐사와 성장 지연이 있었다고 본 겁니다.
원고들은 전라남도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배상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자, 이번 소송을 냈습니다.
전라남도는 "시공사와 도급계약을 맺었을 뿐,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하지 않아 공사로 인한 피해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시공사는 "실제 현장에서 측정한 소음 결과를 바탕으로 피해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연도별 피해율, 작업 일수 등이 잘못 산정됐다. 피해액 산출에 쓰인 뱀장어 판매단가도 환경위원회 결정 당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손배액 감정 결과를 믿기 어렵다고 맞섰습니다.
재판부는 "뱀장어는 미세한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소음에 의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리적 균형이 무너져 질병에 걸리기 쉬운 상태가 된다. 결국 성장이 저하되거나 폐사하게 된다"고 봤습니다.
이어 "전라남도는 공사 시행자로서 공사 실시 여부, 규모, 예산 범위 등을 최종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환경정책기본법상 공사 현장의 사업자이자 원인자로서 시공사와 함께 원고들의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감정인의 손해배상액 산정 역시 환경위원회 결정에서 누락된 피해 측정 결과를 담는 등 여러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합리적 분석을 거쳐 도출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손해 배상 책임 범위에 대해선 "원고들이 입은 폐사 또는 성장 지연 피해액은 총 8억 1,127만 8,041원이다. 공평의 원칙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피고들의 책임을 전체 손해액의 75%로 제한한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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