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대학생 현장실습, 학습인가 노동인가

    작성 : 2018-02-26 05:23:30

    【 앵커멘트 】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대신, 산업 현장에서 일을 하고 학점을 받는, 대학생 현장실습 제도 들어보셨습니까?

    매년 15만명이 넘는 대학생이 참여하고 있는데,산업 현장에서 각종 불법과 탈법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탐사보도 뉴스 인, 대학생 현장실습 실태를 살펴봅니다. 먼저 정의진 기잡니다.

    【 기자 】
    광주의 한 4년제 대학에 다니고 있는 이 학생들은 지난달 광주 평동산단의 한 사출품 제조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했습니다.

    전공과 연계해 현장 실무 능력을 배울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실습 첫 날부터 무너졌습니다.

    눈 쓸기, 화장실 청소, 창고 정리 등 각종 허드렛일이 이들에게 제공된 학습이었습니다.

    ▶ 싱크 : 현장실습 참여학생A
    - "선반 만드는 걸 하고, 앞에 눈 쓸고. 하루종일 삽질만 해서 그 친구랑 저랑 손바닥에 알이 박히고"

    공장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는 동안 돌아가는 기계 앞엔 학생들이 서 있었습니다.

    ▶ 싱크 : 현장실습 참여학생B
    - "점심시간 때 외국인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시간동안 직원들이 가서 일을 하는 걸 중식가동이라고 하는 거예요. 근데 그건 직원들이 해야할 일이죠. 저희가 할 일이 아니라.."

    전남의 한 전문대학 학생인 박 모 씨는 광주의 한 제과점에서 현장실습을 하는 내내 눈칫밥 신세였습니다.

    직원들과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밥만 축내는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 싱크 : 현장실습 참여학생C
    - "포장도 하고 반죽 분할도 하고 거기서 같이 쿠키 굽고 이런 건 다 똑같이 해요, 일은. 다른 사람 보다 조금 먹고 많이 먹으면 뭐라고 하고. 뒤에 사람 있으니까 조금만 먹으라고"

    근로자와 다름 없는 노동 현장에 노출돼 있지만, 이 학생들이 실습비 명목으로 받은 돈은 겨우 50만 원 정돕니다.

    최저임금의 3분의 1수준입니다.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학생 신분이여서 가능한 일입니다.

    심지어 광주에선 현장실습을 나간 대학생 가운데 24%, 전남은 81%가 이마저도 받지 못했습니다//

    ▶ 인터뷰 : 임동헌 / 광주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 "값싼 인력을 학교로부터 제공받아서 우리 회사 내에서 좀 힘들고 어렵고 기피하는 업무들을 이 학생들에게 떠넘기는 방식, 이렇게 접근하기 때문에.."

    【 앵커멘트 】+크로마키
    교육부에서 실시하는 대표적 현장실습 사업인 LINC+(링크플러스) 사업입니다.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산업 현장으로 보냈느냐에 따라 대학별로 지원금 규모가 달라집니다.

    지난해 기준 3천억원이 넘는 예산이 전국 99개 대학에 지급됐습니다.

    수 십, 수 백억 원의 지원금이 걸린 문제이다보니 대학마다 학생들을 산업 현장으로 내보내는 데 혈안이 돼 있고 각종 부작용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어서 이형길 기잡니다.

    【 기자 】
    광주의 한 전문대에 다니고 있는 이 모 학생.

    이 씨는 지난해 대학생 현장실습에 참여하면서 업체에 참가비 명목으로 15만원을 냈습니다.

    직원들과 똑같은 일을 하고 오히려 돈을 내고 온 겁니다.

    ▶ 싱크 : 현장실습 참여학생D
    - "2~3년 전에는 돈 안내고 실습 나갔었는데 이제 실습비를 따로 받더라고요. 받은 게 아니라 준거예요. 실습을 하려면 돈을 다 내더라고요"

    졸업 필수 조건으로 현장실습을 강제하는 학과가 늘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 싱크 : 현장실습 참여학생D
    - "자격증 따려면 무조건 이수해야돼서 현장실습을 나가야돼요"

    대학들은 이런 업체의 횡포에 손을 놓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현장실습생을 받을 업체를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학생들 스스로 현장실습 갈 업체를 구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싱크 : 현장실습 대학생
    - "(현장실습 업체는)직접 자기가 정해서 하거나 아니면 자기가 직접 정해서 하는 거였어요."

    대학 측에서 업체의 현장실습 내용을 검증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오히려 지원금에만 눈이 멀어 학생들을 산업 현장으로 내보는 데에만 급급한 상황입니다.

    ▶ 싱크 : 대학 현장실습 관계자
    - "문제점이 있다고 인식되는 부분들을 저희가 더 알아보고 업체랑도 더 알아보고 이런 후속조치 중에 있기 때문에 "

    CG
    현장실습을 나간 대학생은 지난 2016년 기준 15만4천명을 넘어섰습니다. 2년 전에 비해 2만명 가까이 늘었습니다.//

    광주전남에서도 매년 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현장실습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양적인 성장에만 집중하다 보니 각종 부작용이 커진다는 사실을 교육부도 알고 있지만, 대책 수립은 늦어지고 있습니다.

    ▶ 싱크 : 교육부 관계자
    - "지금까지는 저희가 정량적 지표로 현장실습 몇 명이나 다녀왔나 뭐 이런 숫자로 했는데요 양적으로 측정하다 보니까 문제가 있어서.."

    ▶ 스탠딩 : 이형길
    대학생들에게 산업 현장에서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며 시작된 현장실습.

    정부와 대학의 무관심 속에 학습은 커녕 제대로된 노동의 의미나 권리를 배우기도 힘든 제도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kbc 이형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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