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KBC 광주방송 서울광역방송센터가 위치한 '파크원'의 도로명 주소입니다. 정치권 돌아가는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 이에 대한 느낌과 단상을 진솔하고 가감 없이 전하고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내란 특검, 윤석열 두 번째 소환조사..尹, 기자들 질문에 '묵묵부답'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를 들며 내란 특검 출석이나 조사를 늦추거나 거부해 왔던 윤석열 씨가 오늘(5일) 조은석 내란 특검팀에 두 번째로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1차 조사 이후 일주일 만에 이뤄지는 두 번째 조사입니다.
윤 씨는 오전 9시쯤 내란 특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 출석했는데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닫고 일절 답하지 않았고, 특검은 윤 씨와 별도 면담 없이 곧바로 조사에 들어간 걸로 전해졌습니다.
체포영장 집행 저지 및 비화폰 기록 삭제 논란과 의혹, 비상계엄 전후 국무회의 상황, 계엄 선포 사후 계엄 포고문 작성 및 파기, 북한 평양에 드론을 보내 북한의 보복 공습이나 전쟁을 유발하려 했는지 등등 묻고 조사할 게 많습니다.
◇윤석열, 내란 외환 우두머리 혐의 인정되면 사형 또는 무기징역법적으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내란 외환죄 등 뭔가 지저분하거나 무시무시해 보이는 혐의들입니다.
잘 알려졌듯, 내란 외환 우두머리는 처벌이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밖에 없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인정되면 기술적으로 대통령이 윤 씨를 사면해주지 않는 이상 윤 씨는 평생을 감옥에서 보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나름 검사 법률가 출신인 윤 씨가 이런 내용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어떤 식으로든 조사를 피하고 모면해 보고 싶은 마음이 인지상정 일견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를 이해하는 것과 받아주는 것은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입니다.
◇특검 "법불아귀(法不阿貴)..엄정하게, 피의자에 끌려다니지 않을 것"

관련해서 조은석 내란 특검팀에서 공보를 맡고 있는 박지영 특검보가 얼마 전 "특검은 수사 기간에 제한이 있고 여러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피의자에게 끌려다니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특검보는 그러면서 '법불아귀'(法不阿貴)라는 표현을 써서 해당 표현이 세간에 회자된 적이 있습니다.
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은 여러 피의자 중 한 명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엄정하게 진행할 예정"이라며 '법불아귀'를 언급했습니다.
법불아귀(法不阿貴), 중국 전국시대 말기 한나라 출신으로 법가사상을 확립한 한비(韓非)의 사상이 집대성된 '한비자'(韓非子) <유도>(有度)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따르면, 나중에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제가 아직 천하를 통일하기 전 한비자가 쓴 '고분'(孤憤)과 '오두'(五蠹)를 보곤 크게 감명을 받아 "이 사람과 교유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극찬을 남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국인 한나라 왕은 품 안의 진주, 손안의 칼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고, 한비는 조국이 진나라에 먹히는 걸 막기 위해 홀로 노심초사 동분서주하다 뜻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진나라 감옥에서 쓸쓸하고 외롭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법불아귀(法不阿貴) 승불요곡(繩不撓曲)..한비 법가사상 압축진시황제가 "이 사람과 교유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극찬한 한비의 법가사상을 압축하면 '법불아귀(法不阿貴) 승불요곡(繩不撓曲)' 여덟 자로 요약됩니다.
아첨하다, 아부하다는 뜻을 가진 아(阿) 자에 귀할 귀(貴) 자를 쓰는 법불아귀(法不阿貴)는 법은 귀한 사람 권력자라 해도 아부하거나 아첨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노끈 승(繩), 아니 불(不) 자에 휘다, 굽히다는 뜻을 가진 요(撓) 자에 굽을 곡(曲) 자를 쓰는 승불요곡(繩不撓曲)은 먹줄은 나무가 굽었다고 해서 같이 휘지 않는다, 같이 휘어지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먹줄은 나무의 길이와 자를 곳을 표시하는 일종의 줄자 같은 고대 측정 도구로, 먹줄이 휘거나 굽으면 반듯하고 정확하게 자를 수 없습니다.
먹줄이 반드시 반듯해야 정확한 길이와 치수로 자를 수 있고, 그때 비로소 먹줄은 먹줄의 역할을 하고 먹줄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법을 똑바로 곧게 적용하면 그 누구라도 감히 변명하거나 다툴 수 없다"한비는 이를 "거울이 흔들리면 밝게 볼 수 없고, 먹줄이 굽으면 나무를 똑바르게 자를 수 없다. 법도 그러하다. 법은 존귀한 자라 해서 아부하지 않고, 비천한 자라 해서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고 설파하고 있습니다.
법과 원칙은 누구에게나 공평무사하게 적용될 때 비로소 법은 법의 역할을 하고 법이 '법'이 됨을 강조해 이르는 말입니다.
한비는 이를 다시 법이 이렇게 공평무사하게 휘어지지 않고 똑바로 적용되면,
지자불능사(智者弗能辭) 제아무리 똑똑한 자도 핑계를 대며 변명할 수 없고, 용자불감쟁(勇者弗敢爭) 제아무리 용감한 자도 감히 싸우거나 다투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자불능사 용자불감쟁. 윤석열 씨가 '지자'(智者) 똑똑하거나 현명한 자인지, '용자'(勇者) 용맹 용감한 자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론 박지영 특검보가 윤석열 씨를 향해 '법불아귀'를 말하는 걸 보고, 아귀, '귀한 자'가 아닌 다른 의미의 '아귀'가 떠올랐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끝없이 술과 음식을 탐하는 식탐 많은 귀신 '아귀'(餓鬼)와, 넙데데한 생김새에 그게 뭐든 가리지 않고 주변에 있는 건 그게 뭐든지 닥치는 대로 주워 먹는 물텀벙이 '아귀'가 그것입니다.
◇탐욕의 화신, 아연실색..내란 외환 유치 혐의 낱낱이 밝혀 똑바로 처벌해야득롱망촉(得隴望蜀), 이걸 얻으면 저걸 더 얻고 싶고.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고, 아무리 사람의 욕심과 탐욕은 끝이 없다고 하지만.
2024년 대한민국에서 이미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비상계엄을 해서 뭐 어떤 권력과 대권을 더 꽉 틀어쥐고 뭘 도모하려 했는지, 누구를 뭘 어떻게 하려고 했는지, 알고 싶지도 않지만.
다른 걸 다 떠나서, 비상계엄의 정당성과 명분을 얻으려 북한을 자극해 전쟁을 유발하려 한 '외환 유치' 관련해선 유구무언(有口無言), 정말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를 증진하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히겠다'는 '대통령 선서'를 한 사람이, 어떻게, 이 땅에서 전쟁을 일으킬 생각을 했는지. 도대체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하고 기획, 실행했는지.
특검 수사에서 하나도 빼놓지 않고 낱낱이 밝혀지고 확인해 가담한 자들은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처벌을 떠나서,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유구무언일 따름입니다.
◇다 이기고 돌아와, 우울증 휠체어 퇴원..윤석열-김건희 부부 행태, 목불인견

그러고도 윤씨는 '대통령 그까이거 3년 하나 5년 하나, 다 이기고 돌아왔다, 나는 죄가 없다'며 보이고 있는 모습들이나 행태를 보고 있으면, 이 또한 정말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보기 힘든, '목불인견'(目不忍見)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끝과 한계가 있는 법인데. 김건희 씨의 우울증 휠체어 퇴원. 이것도 정말.
윤 씨 본인은 특검에 '지하통로로 가게 해달라, 비공개로 해달라' 요구하면서.
'우울증'으로 입원했다는 아내 김건희 씨는 휠체어에 앉혀 휠체어를 끌고 나오는 대목에선 '아, 저게 뭐지. 뭐 하자는 플레이지', 그야말로 어안이 벙벙, 아연실색(啞然失色)일 따름입니다.

박지원 의원은 제가 진행하는 KBC '여의도초대석' 인터뷰에서 윤석열 씨를 '왕법꾸라지' '왕법기술자', 김건희 씨를 '요물'이라고 표현하던데.
설사 정말 걷지 못할 정도로 아프고 힘들어서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 해도, 그렇다 해도, 저거야말로 굳이 저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 전 영부인이 많이 아프시구나. 남편도 그렇고 본인도 그렇고 마음고생이 심하시겠구나', 사람들이 공감하고 동정 비슷한 거라도 해줄 거라고 생각했는지.
특검이든 어디든 통할 거라 통할 거라 생각하는지, 뭐 어디에 좋을 거라 생각하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여기고 생각할지는 '생각'이란 걸 안 했는지.
'저 부부는 도대체 뭐지, 무슨 생각인 거지', 의문과 실소는 둘째치고. '야, 진짜 대단하다. 인정', 한편으론 그저 놀랍고 다른 한편으론 황당하고 당황스러울 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대통령 지위 박탈..'전 대통령' 호칭 안 돼"남에게 손가락질하고 욕하면 남을 향하는 손가락 한 개를 빼고 나머지 손가락은 다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말도 있고. 윤석열 씨에 대해 할 말은 얼추 다 한 것 같기도 하고 김건희 씨는 뭐 그렇고. 두 사람에 대한 말은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사족을 그리자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아닌 윤석열 '씨'라고 지칭한 건,
며칠 전 전현희 민주당 의원이 '여의도초대석' 인터뷰에서 "윤석열이"라고 호칭과 존칭을 생략해서 말하길래, "'전 대통령'은 안 붙이시는 거냐, 붙일 가치도 없는 거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전현희 의원은 "윤석열은 대통령직에서 탄핵당했다. 대통령 지위를 박탈당한 것이다. 더 이상 전직이든 뭐든 대통령이 아니다. 내란 우두머리에게 '대통령' 칭호는 전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수긍이 가고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두환'을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과 같은 것 아닌가 합니다.
◇"내란 우두머리가 거리 활보, 어불성설"..특검, 윤석열 재구속 전망"내란 우두머리가 석방돼서 거리를 활보하는 거 자체가 사실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전현희 의원의 성토인데. 이 또한 맞는 말 아닌가 합니다.
관련해서 오늘 내란 특검의 윤석열 씨 2차 조사가 끝나면 윤 씨에 대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해 지귀연 판사와 심우정 검찰총장이 합작해서, 박지원 의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탈옥시킨' 윤석열 씨를 재구속할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조은석 특검팀이 윤석열 씨를 한두 번 더 부를 수는 있지만, 어쨌든 재구속은 시간문제라는 게 법조계나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尹, 국민 목숨 담보로 전쟁 유발 의혹..특검, 법이 곧게 살아있음을 보여줘야전두환을 잠깐 언급했는데, 성공했든 실패했든 쿠데타는 쿠데타고 내란은 내란입니다.
윤석열은 거기에 더해 이런저런 다른 혐의에,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부모 형제들, 국민들, 무엇보다 20대 새파란 젊은이들, 국군 장병들의 목숨을 담보로 전쟁을 유발하려 한 외환 유치 혐의까지 얹어져 있습니다.
조은석 특검이 윤석열 씨와 이런저런 인연이라면 인연으로, 악연이라면 악연이 있는데. 좌고우면할 이유도 없고, 하지도 않을 걸 압니다.
법불아귀(法不阿貴) 승불요곡(繩不撓曲).
귀한 자든 천한 자든. 대한민국의 법이 굽지 않았음을. 법이 곧게 살아있음을. 조은석 내란 특검팀이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유감없이 보여주길 바라고 기대합니다.
'내란 우두머리'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입니다.
지금까지 '유재광의 여의대로 108'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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