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우크라이나전에 파병돼 러시아를 지원하는 북한군 병사 중 사망자가 최소 100여 명으로 파악된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가 개최한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을 보고했다고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이 기자들에게 전했습니다.
국정원은 "(최대 격전지인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된 1만 1천여 명으로 추정되는 북한군 일부가 12월 들어서 실제 전투에 투입되기 시작했다"며 "그 과정에 최소 1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부상자는 1천여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습니다.
전사한 최고위 계급은 장성급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 의원은 전했습니다.
외신의 '200명 사망설'과 추정치가 다른 이유에 대해 국정원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수치를 분석하고 있다"며 "최소 4개의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의 정보, 우방국들의 정보를 최대한 모아 종합적이고 냉정하게 판단한 수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국정원은 "이번 교전 이전에도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그리고 드론 공격 및 훈련 중 사고로 고위급을 포함한 수 명의 북한군 사상자가 이미 발생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보고했습니다.
국정원은 적은 교전 횟수에도 불구하고 사상자가 다수 발생한 배경과 관련해 "개활지라는 낯선 전장 환경에서 북한군이 전선 돌격대 역할로 소모되고 있고, 드론 공격에 대한 대응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러시아군에서도 '북한군이 드론에 무지해 오히려 짐이 된다'는 불평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국정원은 이어 "(러시아에 파병된) '폭풍군단' 내에서 추가 병력 차출설이 돌고 있고, 김정은의 훈련 참관 준비 정황도 포착돼 북한군 추가 파병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북한 재래식 무기 현대화 등 러시아의 반대급부 제공을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추가 파병 규모에 대해선 "아직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파병 여력은 충분하다. 폭풍군단은 10개 여단·4만 6천 명 규모로, (기존에 파병된) 1만 1천 명을 고려해도 추가 파병 여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러시아가 북한군 전사자의 얼굴을 소각해 신원을 감추고 있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사실 확인 중"이라며 "종합적인 정보 확인이 필요한 단계"라고 보고했습니다.
한편, 국정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탄핵소추 상황에도 "북한의 남한에 대한 도발 임박 징후는 없는 가운데, 동계 훈련은 예년 수준으로 진행 중"이라며 "북한군은 전방 지역인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군사분계선(MDL)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조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국정원은 북한이 한국의 정세 급변에 대해 "'로우키(low-key·절제된 방식)'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며 "최근 12월 11일과 12일, 16일 세 번 정도에 걸쳐 북한의 관영매체인 노동신문과 중앙통신을 통해 한국의 국내 상황에 대한 사실관계만 보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비상계엄 이후 국정원 내부 인사 조처나 관리 방안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이 의원은 전했습니다.
야당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고발된 조태용 국정원장으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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