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관련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특검팀은 9일 오후 2시부터 여 전 사령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작년 3월 삼청동 안가 회동 상황 등을 조사했습니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의 직무유기와 국정원법 위반, 위증,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작년 3월 삼청동 안가 회동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 조 전 원장,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 여 전 사령관이 참석했습니다.
신 전 장관과 여 전 사령관은 앞서 국회나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이 안가 회동에서 '비상한 조치'를 언급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조 전 원장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해 '3월 만찬에서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말했나'라는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 비상대권이라는 말씀을 제가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2월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해 "비상이란 말씀을 쓰신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이 허위 증언을 했다고 의심합니다.
특검팀은 전날 신 전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는 등 3월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불러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조 전 원장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관련 지시나 문건을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위증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이 계엄 당일 대통령 집무실을 나가면서 문건을 두 번 접어 양복 주머니에 넣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 전 원장이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미리 알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직무유기 혐의도 수사 대상입니다.
국정원법 15조에 따르면 국정원장은 국가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지체 없이 대통령 및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해야 합니다.
조 전 원장은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당일 밤 9시쯤 대통령실에 도착해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먼저 들은 인물 중 한 명입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까지 약 1시간 30분가량 시간이 있었는데도 조 전 장관이 계엄 선포 계획을 국회에 보고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했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입니다.
국정원이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부에 인력 파견을 검토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경찰 피의자 신문조서 등에 따르면 조 전 원장은 작년 12월 3일 밤 11시 30분쯤 당시 홍장원 1차장, 황원진 2차장, 윤오준 3차장, 김남우 기조실장이 참석하는 정무직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조 전 원장이 '계엄 상황에서 국정원은 어떤 일을 하도록 되어있나'라고 묻자 황 전 차장은 '제가 알기론 계엄 상황이 되면 계엄사령부 안에 수사본부가 생기는데 국정원이 지원이든 협조해야 하는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조 전 원장은 '계엄이 됐을 때 국정원이 무엇을 해야 할지 부서장들과 파악해서 내일 아침에 다시 모여서 이야기하자"고 말하고 11시 40∼50분쯤 회의를 마쳤다고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에 따르면 정무직 회의가 열리기 전인 밤 11시쯤부터 국정원에서는 '비상계엄 선포 시 조사국 조치사항'이라는 문서가 작성되기 시작해 4일 오전 1시 컴퓨터에 최종 저장됐습니다.
해당 문서에는 국정원 직원 80여 명을 계엄사와 합수부 등에 파견하고 전시 중앙합동정보조사팀을 꾸려 당정 고위간부·특수부대 게릴라·침투간첩·이탈주민 등을 담당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조 전 원장은 홍 전 차장에게 사직을 강요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이 작년 12월 5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화폰 연락을 받은 뒤 홍 전 차장에게 사직을 요구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홍 전 차장은 경찰 조사와 탄핵심판 등에서 "12월 5일 오후 4시에 국정원장으로부터 대통령 뜻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듣고 경질 통보를 받았다"고 증언해 왔습니다.
반면 조 전 원장은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에서 '경질해라, 교체해라'는 이야기는 들은 바가 없다"며 홍 전 차장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대통령에게 교체를 건의했다는 입장입니다.
특검팀은 조만간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관련 혐의를 조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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