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1층 '만남의 광장' 앞.
반가운 재회가 오가던 공간이지만 이제는 기다림만이 남았습니다.
공항 1층과 2층을 잇는 '추모의 계단'에는 수많은 손편지가 빼곡히 붙어 있습니다.
각 편지마다 희생자들을 향한 그리움의 마음이 꾹꾹 눌러담아져 있습니다.
"할머니, 또 왔어. OO이. 많이 보고 싶다."
"아파서 아파서 마냥 눈물만 흐릅니다. 미안합니다. 그냥 미안합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전하지 못한 말들과 애틋한 마음들이 계단 난간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계단 옆 마련된 분향소에는 금방이라도 웃으며 돌아올 것만 같은 얼굴들이 가득합니다.
우리는 2층 유가족들이 머무는 쉘터에서 희생자의 아버지 손주택 씨를 만났습니다.

손 씨는 30살 아들이 숨진 이후 일상을 중단하고 매주 4~5일씩 공항을 찾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손주택 /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 "미안한 마음도 있고 그 아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좀 많이 들어요. 이제 친구들도 피하게 되고 모임 같은 것도 나갈 수가 없고..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웃고 떠들고 할 수도 없는 것이고..그래서 갈 수가 없어요."
'그날' 이후로 변해버린 일상.
손 씨는 추모의 공간에서 밤을 보내고, 낮에는 다른 유가족들과 모여 슬픔을 나눕니다.
▶ 인터뷰 : 손주택 /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 "이제 여기가 가족이 돼 버렸어요.가족 유가족들이 그냥 친한 가족이 돼 버렸어요. 그러니까 여기서 이제 뭐 슬프기도 하지만 또 때로는 웃기도 하고 농담도 하고..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또 그러다가 울고 또 웃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추모의 발길은 차츰 줄어들고 있습니다.
가장 속상한 점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이 사고가 잊혀져 가는 것.
▶ 인터뷰 : 손주택 /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 "'아직도 공항에 있냐? 아직도 해결이 안 됐냐?' 막 그런 식으로 물어본다고. 그렇게 물을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그러니까 이제 그런 것도 질문받을 때마다 속상하죠. 그만큼 이제 (사람들이) 잊어버리고 있는 거죠."
손 씨는 참사의 원인에 대해 하나의 실수가 아니라 여러 잘못이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라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떠날 수 없다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참사 100일을 앞두고 있지만 '하늘에 보내는 편지'는 하루하루 쌓여만 가고 있습니다.
정확한 원인 규명을 기다리는 가운데,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향한 마음 또한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기획·구성·내레이션 : 신민지 / 촬영 : 전준상 / 편집 : 허지은 / 제작 : KBC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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