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구해줘요"..긴박한 구조 순간

    작성 : 2020-08-11 05:40:50

    【 앵커멘트 】
    물폭탄이 쏟아진 구례에서는 홍수에 휩쓸려간 소떼를 구출하기 위한 사투가 하루종일 이어졌습니다.

    긴박했던 구조 현장에 이준호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기자 】
    소가 나무에 몸을 기댄 채 성인 어깨 높이만큼 차오른 흙탕물에서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필사적으로 줄을 당기고,

    땡겨 땡겨

    거칠게 숨을 내쉬는 소는 어떻게든 뭍으로 나가기 위해 몸부림칩니다.

    괜찮아 괜찮아 좀만 참아 좀만 참아

    지붕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소의 뿔과 가슴을 119소방대원이 조심스럽게 포박합니다.

    크레인 줄이 5백킬로그램이 넘는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갑자기 풀리자,

    어 어!

    겨우 머리만 위태롭게 매달린 소의 몸통이 좌우로 크게 흔들립니다.

    땅바닥에 내려온 소는 몸을 비틀어보지만 일어날 만큼의 힘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소 한 마리를 구하는데 걸린 시간은 30여 분.

    여전히 상당 수의 소들이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폭삭 내려 앉은 지붕에 몸이 낀 소와 주택 안으로 떨어진 소는 잔뜩 겁에 질린 채 몸을 떨고 있습니다.

    ▶ 스탠딩 : 이준호
    - "현재 소 5마리가 올라간 주택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벽면 곳곳에 지푸라기가 붙어있는데 수해 당시 3m에 가까운 높이만큼 물이 차올랐던 걸 짐작케 합니다."

    취재진이 발견한 소가 지붕 위에 올라간 주택은 이 마을에서만 모두 4채.

    ▶ 인터뷰 : 정기영 / 수의사
    - "(마을의) 소 사육두수가 1400~1500두 현재 떠내려가서 보이지 않은 소도 있고 현재 남은 소가 20% 내외.."

    최근 정부의 축사 양성화 사업으로 시설투자와 사육두수를 늘린 농가는 망연자실할 따름입니다.

    대부분 가축재해보험을 들지 않아 보상받을 길이 막막합니다.

    ▶ 인터뷰 : 안재민 / 피해 농민
    - "16마리 (키우는데) 한 마리도 못 찾았어. 나 혼자 살면서 모은 건데 내가 이제 (빈털터리)가 되어버렸어.."

    이곳 구례군 양정마을 한 곳에서만 폐사한 소는 수백 마리.

    소의 사체에서 나오는 침출수로 인한 수인성 질병도 우려됩니다.

    ▶ 인터뷰 : 전창동 / 구례축협 조합장
    - "지하수를 이용해서 물을 먹이기 때문에 폐사체가 빨리 조치가 되어야 나중에 지하에 오염이 되기 때문에.."

    축산농가 피해가 속출했지만 장비와 구조인력이 부족한 탓에 방역과 소들을 모두 구출하기까진 며칠이 더 소요될 전망입니다. kbc 이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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