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의 관문 KTX 광주송정역과 그리 멀지 않은 골목에 송정작은미술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얀색 건물 외벽에는 격자 틀과 피규어 조형물이 장식돼 지나는 행인들의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원래 교회 건물이었던 이곳은 지난 2022년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미술관으로 변신, 한적한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지금 이곳에선 초겨울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비범한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화가 고영종 개인전 《흐르고 흐르다》가 12월 초에 시작해 내년 1월 31일(당초 12월 20일에서 연장)까지 관람객을 맞고 있습니다.

고영종은 전직 미술교사로 지난 2019년 명예퇴직 후 전업 작가의 길을 걸으며 작품활동과 사회인 대상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22번째 개인전으로 그의 63년 인생과 작품세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2~3년간 작업한 그림 56점을 걸었는데 1층에는 겨울, 2층에는 봄을 주제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는 원래 그해의 작품들만을 모아 전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왔는데 건강 문제로 부득이 절반가량을 기존 작품으로 채웠습니다.

그의 그림은 흑백으로 압축된 색상들, 대상을 제외하고는 배경들을 정리하고 비워내는 화면구성이 특징적입니다.
이는 마치 아크릴로 그려진 수묵화와 같은 화면을 연상시킵니다.
색을 제거한 흑백의 화면은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도 즉각적으로 비장함을 만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시 주제인 《흐르고 흐르다》처럼 시간의 흐름이 표현된 작업들은 스러져가는 삶과 세월을 소환하고 종내에는 자연의 순환을 상기시킵니다.

그의 그림에는 눈(雪), 흐르는 물(폭포), 꽃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는 시간의 흐름 속에 명멸하는 자연물로 존재론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화폭에는 무거운 진지함과 함께 철학적 사유가 배어 있습니다.
유행하는 장르를 좇지 않고 묵묵히 구상(具象)을 고수하고 있는 그는 인물화 작업에도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내년 8월 서울 인사동 G&J갤러리에서 인물화를 중심으로 개인전을 열 계획입니다.

그는 이번 전시 의미에 대해 "과거의 시간을 돌아보면서 작품으로 정리하는 회고와 성찰의 지점"이라고 평했습니다.
아울러 "내 그림이 만만해 보였으면 좋겠다. 엄숙하면서 나만의 개성이 담긴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고영종은 전남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33년간 교직에 몸담았으며, 20여 회가 넘는 개인전과 다수의 페어, 그룹전에 참가했습니다.
또한 한국미술협회 이사와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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