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국, 프랑스 양국 정상과 함께 백악관을 다시 찾는 방안이 추진됩니다.
소피 프리마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실)은 이 같은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 3국의 동반 방미 계획은 미국 행정부의 친러시아 정책이 유럽의 안보지형을 완전히 뒤바꿀 수준으로 심화하는 상황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모욕을 당한 뒤 쫓겨났습니다.
러시아의 세력 확장 욕구를 강조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안전보장을 요청하던 과정에서 태도가 논란이 되면서 불거진 외교 참사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일 예정된 양국의 광물협정 서명을 취소하고 이달 3일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도 전면 중지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그간 우크라이나에 지속해 온 정보 공유도 중단했다고 5일 밝혀 우크라이나에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미국산 무기와 정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3년째 국토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필수 자산이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에도 안보 위기의 급격한 악화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간 우크라이나와 직접 소통해 온 영국, 프랑스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홀로 사안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데 뜻을 함께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영국, 프랑스, 우크라이나는 동반 방문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태도도 신속히 교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마크롱 대통령, 스타머 총리가 미국에서 돌아온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접근법 수정을 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닷새 동안 이어진 두 정상의 코치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뻣뻣한 자세를 완전히 바꾼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항구적인 평화를 쟁취할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하에 노력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에 지원한 대전차무기 재블린이 러시아 침공을 막는 '게임 체인저'였다는 감사 인사까지 곁들였습니다.
안보 전문가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과 대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관을 뒤늦게 깨달은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올렉산드르 메레즈코 우크라이나 의회 외교위원장은 NYT 인터뷰에서 "마키아벨리의 용어를 빌리자면 정치에서 사자(막강한 권력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여우(교활한 전략의 소유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트럼프의 지원을 얻으려면 트럼프의 보호를 받는 것처럼, 트럼프를 존경하고 경외하는 대부로 떠받드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며 "트럼프는 자신과 동등한 것처럼 행동하는 자들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에마뉘엘 대통령, 스타머 총리와 함께 새로운 접근법으로 나서더라도 장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들은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끝낼 의지가 없다고 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신속히 종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의 야욕과 종전의 어려움을 주장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평화를 향한 자신의 노력을 모독하는 언사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유럽에서는 이런 형국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입장을 근본적으로 수용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비관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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