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경고 1분만 블박 먹통..엔진 깃털, '가창오리' 확인

    작성 : 2025-01-25 16:41:30
    ▲ 제주항공 사고현장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활동' 경고를 받은 지 1분 만에 블랙박스 기록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25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사고 유가족 대상의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조사 진행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밝혔습니다.

    항철위는 사고기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및 관제 교신 기록 등을 분석해 재구성한 충돌 직전 상황을 초 단위로 공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사고기는 지난달 29일 아침 8시 54분 43초 공항 관제탑과 착륙 접근을 위해 처음 교신했습니다.

    당시 관제탑은 사고가 발생한 활주로의 반대 방향인 01 활주로로 착륙 허가를 했습니다.

    3분 7초 뒤인 아침 8시 57분 50초에 관제탑은 항공기에 '조류 활동(충돌) 주의' 정보를 발부했고, 이후 오전 8시 58분 11초에 기장과 부기장은 항공기 아래쪽에 조류(새떼)가 있다는 내용의 대화를 나눴습니다.

    FDR와 CVR의 아침 8시 58분 50초부터 기록은 동시에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직전에 사고기의 양쪽 엔진이 조류와 충돌한 영향으로 기내에 전원 공급이 중단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사고기는 속도 161노트(약 298㎞)로 498피트(약 151m)의 낮은 고도에서 날고 있었습니다.

    이어 아침 8시 58분 56초, 조종사가  복행 하면서 관제탑에 조류 충돌로 인한 메이데이를 선언했습니다.

    이는 녹음이 남아 있지 않아 항철위가 관제 기록과 동기화를 통해 추정한 시간입니다.

    무안공항 CCTV에는 항공기가 복행 하던 중 새떼와 접촉하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영상에서 불꽃이나 연기는 보이지 않지만, 기체가 다수의 조류와 부딪힌 것으로 파악된다고 항철위는 설명했습니다.

    사고기는 이후 약 4분간 활주로 왼쪽 상공을 비행하다가, 반대 방향인 19 활주로로 착륙하려 오른쪽으로 선회했습니다.

    이어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 착륙했고, 오전 9시 2분 57초에 활주로 너머 방위각 시설물(로컬라이저 둔덕)과 충돌했습니다.

    항철위는 "운항 상황 및 외부 영향, 기체·엔진 이상 유무 등을 파악하기 위해 블랙박스 및 관제 교신 기록 등 자료를 시간대별로 동기화하고 분석 중"이라며 "수개월의 세부 분석과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사고기의 양쪽 엔진에서는 새 깃털과 혈흔이 발견됐습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에 의뢰해 유전자 분석을 한 결과 이는 국내에서 가장 흔한 겨울철새인 '가창오리'로 나타났습니다.

    떼로 날아다니는 군집성이 강한 종입니다.

    항철위는 다만 "조류 개체 수나 다른 종류의 조류가 포함됐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엔진 상태 확인 및 추가 시료 채취를 위해 엔진을 분해 검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엔진 제작국인 프랑스의 조사 당국인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와 지난 14일부터 협력해 사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항철위는 지난 20일 초기 현장조사를 마쳤고, 지난 21일 정밀 분석이 필요한 엔진 등의 잔해를 서울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옮겼습니다.

    또 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라 사고 발생 30일째인 오는 27일 이전에 사고 관련국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예비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입니다.

    이 보고서는 항철위 홈페이지에도 공개합니다.

    항철위는 잔해 정밀 조사와 비행 기록 문서 확인 등을 통해 사고기의 운항 전반에 대해 분석을 이어가는 한편, 긴급 안전 조치가 필요한 경우 즉시 항공사 등에 안전권고를 내릴 계획입니다.

    아울러 전문적인 조사·분석이 필요한 로컬라이저 둔덕 및 조류의 영향에 대한 부분은 국내 기관에 별도의 용역을 의뢰할 방침입니다.

    항철위는 "그간 현장에서 긴박하게 초동 조치·조사에 임해 왔으나, 이제부터는 운항·정비 등 그룹별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세부 사항을 분석해 철저히 조사할 예정"이라며 "모든 과정을 공정하게 진행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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