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돋보기]물새 떼 노니는 고즈넉한 겨울 황룡강

    작성 : 2024-12-28 09:00:01
    바람따라 춤추는 억새들의 군무 장관
    햇살에 반짝이는 물비늘 한 폭의 수채화
    강변 명당자리에는 매운탕집 대신 카페
    서봉파크골프장 주중에도 이용객 '북적'
    [전라도 돋보기]물새 떼 노니는 고즈넉한 겨울 황룡강

    ▲강변에는 커피숍이 들어서 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 이 글은 지난번 송산공원에 이은 두 번째 코스로 나주와 경계를 이루는 호가정 구간까지 6개 구간으로 나눠 연재할 예정입니다.

    전남 장성에서 광주 빛고을 땅으로 흘러든 황룡강은 광산구 임곡 너른 들판을 거쳐 송산공원 하중도(河中島)를 만나 느릿느릿 숨을 고릅니다.

    송산공원 물막이 보를 지나면 본격적인 황룡강의 물결 행진이 시작됩니다.

    외줄기 황룡강이 평림천과 합류하며 강폭이 활짝 열리기 때문입니다.

    물굽이도 훨씬 도톰하고 도도해지고 강의 풍경도 사뭇 달라집니다.

    강 저편에 산그늘이 옅게 드리워져 여울에 비친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습니다.

    ▲햇살에 반짝이는 물비늘의 고즈넉한 풍경이 눈을 맑게 해준다.


    이런 호젓한 풍광을 배경 삼아 오래 전부터 강변 명당자리에 식당들이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용봉탕을 비롯 메기탕, 빠가탕 등 매운탕집으로 인기를 누렸습니다.

    이후 장사가 시들하더니 차츰 줄어들고 최근에는 커피숍들이 들어서 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송산대교~황룡강교 사이 물길은 2㎞에 달하는데 서봉보, 침수들, 호남대, 서봉파크골프장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 사이 어등산을 타고 흘러온 계곡물이 서봉·새태·산수마을을 거치며 서봉천을 이뤄 황룡강에 합류합니다.

    ▲강변 둔치에는 우거진 억새군락이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춤추고 있다.

    강변 둔치에는 우거진 억새군락이 겨울 찬바람에 몸을 맡긴 채 춤추고 있습니다.

    그 옆으로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한가로이 오가는 시민들 모습이 평화롭습니다.

    강물을 바라보면 떼지어 유영하는 물새들과 햇살에 반짝이는 물비늘의 고즈넉한 풍경이 눈을 맑게 해줍니다.

    ▲강가에는 느린 물살이 쌓아놓은 모래톱이 수줍게 얼굴을 내민다.

    물가로 다가가니 느린 물살이 쌓아놓은 모래톱이 미니 백사장처럼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모래 톱을 자세히 살펴보니 들국화 문양처럼 생긴 작은 짐승 발자국이 무수히 찍혀있습니다.

    아마도 강가에 서식하는 수달 가족이 간밤에 놀다간 흔적인 듯합니다.

    다시 산책로를 따라 황룡강교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겨울 삭풍에 맞서온 억새들의 군무가 강변을 포근하게 감싸줍니다.

    ▲햇살에 실루엣을 드러낸 나뭇가지가 판화처럼 명암을 띠고 있다.

    산책로 주변 우거진 잡초들은 인부들의 손길에 의해 말끔히 치워지고 새봄을 위해 꽃길이 조성돼 있습니다.

    꽃씨들은 겨우내 땅속에서 숨을 쉬다가 새봄이 되면 햇살을 받고 메마른 땅을 뚫고 나와 여린 새잎들을 펼치며 해맑게 웃을 것입니다.

    그리고 봄꽃들이 만개하면 상춘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것입니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팜스그라스

    물가에 키 큰 나무가 홀로이 서서 강물을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이따금 자전거 라이더와 산책하는 시민들이 옷깃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중간쯤에 물막이 보(洑)와 취수시설이 눈길을 끕니다.

    ▲서봉보를 지나는 황룡강 강물


    안내표지판을 보니 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는 '서봉보'라고 적혀있습니다.

    '취입보를 훼손하여 본래의 목적 또는 사용에 지장을 주는 사람은 처벌 받는다'고 쓰여있습니다.

    이곳은 한때는 송정동 관내 주민들의 상수원으로 이용됐다고 합니다.

    1988년부터 광주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 하루 2만 톤씩 공급했으나 1994년부터 덕남펌프장 완공으로 주암호 물로 대체됐습니다.

    상수원보호구역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단계적으로 해제되었습니다.

    ▲산책로 주변 연못에 조성된 백로 조형물

    인근 둔치에 캠핑장이 조성되어 둘러보니 여러 대의 카라반이 놓여 있습니다.

    다가가 살펴보니 실제 캠핑하는 것은 아니고 주차해놓은 것들입니다.

    ▲낙엽진 겨울 나무와 벤치 


    다시금 발걸음을 옮기니 저만치 강가 굽어진 자리에 키가 큰 플라타너스 나무 서너 그루가 어우러져 있고, 그 아래에 벤치가 놓여있습니다.

    벤치에는 누군가가 앉아서 강 건너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긴 듯 햇살을 맞고 있었습니다.

    그 풍경이 너무나 낭만적인 느낌을 주어서 저절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말았습니다.

    ▲서봉파크골프장에서 라운딩하는 시민들

    그곳을 지나니 서봉파크골프장이 한눈에 들어오고 황룡강교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파크골프장은 주중 임에도 운동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파크골프는 골프와 비슷한 운동으로 한 개의 채만 사용해 18홀을 도는데 장비도 단순하고 비용도 저렴해 주로 은퇴한 실버세대들이 즐깁니다.

    서봉파크골프장은 2022년 11월 22일 개장했는데 호남권 최대이자 광주 최초 36홀로 조성됐습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많이 본 기사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