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수 칼럼]발산근린공원, 문화와 역사의 숨결 담아야

    작성 : 2024-12-23 09:46:00
    ▲ 발산마을 그림지도 

    '도심 속 흉물'로 남아 있던 광주광역시 서구 발산공원이 생태 복원 후 휴식 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입니다.

    광주시는 최근 환경부의 '도시생태 축 복원사업'에 발산근린공원이 선정돼 국비 42억 원을 포함해 60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발산공원은 1967년 도시공원으로 지정됐으나, 50년 이상 사업 추진이 되지 않은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중 하나입니다.

    발산공원 부지 대부분은 녹지 훼손과 경작, 쓰레기 투기 등으로 토양오염이 심각하고 경관도 열악해 도심 속 흉물로 지적돼 왔습니다.
    ◇ 2027년까지 도심 생태공간으로 조성
    시는 내년 설계에 들어가 2027년까지 발산공원을 도시 생태계 중심축으로 복원하고, 쾌적한 녹지환경과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생태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발산공원은 전체면적이 약 3만 3천 평(10만 9,550㎡)로 서구 양동 옛 서부경찰서 부지에서부터 농성동 광천초교에 이르는 긴 능선을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인접한 발산마을은 광주 산업화의 역동적인 현장이자 노동자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곳입니다.

    ▲ 발산마을과 방직공장을 이어준 뽕뽕다리

    마을앞 광주천 건너편에 일신·전남방직과 삼학소주 광주공장 등 대규모 공장이 있었고, 광천공단이 가까워 저임금 공장노동자들이 살기에는 적합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반경 1.5km 안에 각급학교들이 몰려있어 시골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값싸게 자취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 광주 산업화의 역동적인 현장
    이에 따라 1970~8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해 주민 수가 2만명까지 달했습니다.

    방직공장의 호황과 함께 때마침 인근 양동시장에 복개상가가 조성되면서 인구유입이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느 지역보다도 골목상권이 활기를 띠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인구가 크게 줄어들고 대부분의 상가가 문을 닫은 채 한적한 골목길로 남아 있습니다.

    오랜 시간 개발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던 발산마을은 2014년 마을미술프로젝트를 시작으로, 2015년 창조문화마을사업·새뜰마을사업, 2016년 도시재생사업에 잇따라 선정되어 달동네의 낙후된 모습을 벗고 점차 생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 광주 임동 일신방직공장 건물

    이곳 사람들은 낡은 건물을 철거하고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 방식과 달리 빈 공간을 문화로 채우는 창조플랫폼 재생전략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젊은이와 예술가들이 꿈을 좇아 찾아드는 희망의 언덕으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순수한 자연마을의 원형 보존
    특히 발산의 최대 강점은 천혜의 생태적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발산공원으로 지정된 산 정상부와 더불어 마을 아래로는 광주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처럼 도심 한복판에 배산임수의 입지여건을 갖추면서 생생한 역사문화 자원을 가지고 있는 지역은 매우 드문 편입니다.

    아직 상업주의와 개발의 손길로부터 처녀성을 간직한 순수한 자연마을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으며, 그 안에 발산공원이 '비밀정원'처럼 감춰져 있습니다.
    ▲ 발산마을의 상징 108계단


    이같은 발산마을의 독특한 문화 역사자원과 결합해 공원을 개발하면 커다란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생태·예술 접목한 랜드마크로
    발산공원 부지에 조각공원과 시비 등 문학공원을 조성하고 공원을 관통하는 도로 위로는 무지개 다리를 가설해 동선이 끊기지 않으면서도 이색적인 조형물을 랜드마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광주천 뽕뽕다리와 이미지를 연결하면 훨씬 강력한 브랜드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갤러리 '뽕뽕브릿지'를 중심으로 현재 진행중인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해 '국제예술인촌'으로 만들어 외국작가들이 머물면서 아시아 문화예술 교류와 창작의 발신기지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마을축제에 모인 발산마을 주민들

    여기에 연극마을을 더해 예술마을로 조성하는 계획은 어떨까요.

    발산의 독특한 역사와 스토리를 가지고 연극을 만들어보는 '발산마을 연극제'를 개최하기도 하고, 주택을 개량해 소극장으로 꾸며 상설 연극무대를 만들면 보다 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것입니다.

    그것이 어쩌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흥행시키고 취약한 MICE산업을 키우는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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