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수 칼럼]'화순탄광' 산업유산적 가치 크게 보아야

    작성 : 2024-11-26 10:22:10
    ▲ 지난 6월 말 폐광된 화순탄광

    지난해 6월 말 조기 폐광된 전남 화순탄광에 대한 대체산업 발굴 및 국가등록문화재 지정 문제가 지역사회의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화순군은 지난 22일 화순탄광의 국가등록문화재 지정을 위한 가치규명 학술대회를 개최해 연구용역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날 발표자들은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화순탄광이 역사성, 건축 및 지질의 우수성, 사회문화성, 진정성 등 모든 기준에 부합해 국가등록 문화유산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대한민국 탄광 1호, 근대산업화의 상징
    먼저 화순탄광은 1905년 국내 최초로 탄전이 발견, 118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며 호남 지역 최대 석탄 생산지이자 대한민국 탄광 1호로서의 역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1934년 일제강점기에 개발돼 전남·일신방직의 전신 종연방직의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는 등 근대산업화의 상징적 장소입니다.

    해방 후 대한석탄공사가 창립돼 '산업전사'로 불리며 한 세기 동안 산업화에 헌신했습니다.

    건축 및 지질의 측면에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메탄가스가 발생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지질이 다른 곳보다 오래돼 석탄의 접착력이 좋으며 유황성분이 낮아 유독가스 발생량이 적은 탄광입니다.

    사회문화적으로는 화순탄광은 오랜 세월을 거쳐오는 동안 수많은 산업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탄광근로자와 가족들이 생활했던 탄광마을을 비롯 석탄을 운반하던 화순선 철길 등 단순한 산업유산으로서 뿐 아니라 독특한 공동체 문화, 나아가 한 시대의 역사적 현장으로서 숨결이 꿈틀대고 있습니다.

    또한 화순탄광은 시대적 아픔이 깃든 곳으로 미군정과 노동자들과의 충돌이 있었으며, 5·18 항쟁의 현장이었습니다.
    ◇ 근로자들의 희생과 삶이 녹아 있는 현장
    진정성과 관련해서는 광부들의 생산기술, 작업장, 작업도구 등 산업문화의 가치와 탄광노동자들의 노동조직, 노동운동의 역사 등 '막장'으로 불리는 열악한 현장 근로자들의 희생과 삶의 애환이 서린 사회문화적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발표자들은 탄광기록, 유무형 자료수집, 광부 자서전 등 탄광유산 등 아카이브 작업이 시급하고, 탄광유산 현황파악, 각종 유물수집과 채탄기술, 동향, 사례 등을 면밀히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화순군에 요청했습니다.

    특히 건물과 시설이 유휴상태로 있으면 급속히 부식돼 훼손에 가속도가 붙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 적절한 보존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강원 정선, 도계, 태백, 삼척 등 타 지자체와 연계하여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화순군은 이러한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12월중에 국가등록문화재 지정을 신청할 계획입니다.
    ◇ '세계문화유산 등재' 목표 큰 그림 그려야
    ▲ 지난 6월 말 폐광된 화순탄광

    하지만 국가등록문화재 지정을 받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먼저 화순탄광 부지가 대한석탄공사 소유여서 산업자원부의 동의를 얻어야 문화재 지정 신청이 가능합니다.

    아울러 광구 면적만 3,070㏊에 달하는데 필요한 최소범위로 한정한다고 하더라도 방대한 면적을 어떻게 관리하는가의 문제가 대두됩니다.

    기존 강원도 지역 폐광의 국가등록문화유산을 살펴보면 선탄시설, 교량, 급수탑, 권양기 등 시설에 한정해 지정되었을 뿐 아직까지 갱도 등 지구단위로 지정된 곳은 없어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난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장차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마련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화순탄광은 산업유산 가치 측면뿐 아니라 비교적 생활문화권과 가까이 인접해 있어 유리한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대한 지혜를 모아 큰 그림을 그려서 후대에 빛나는 문화유산으로 남겨야 합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많이 본 기사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