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두 차례 극한 호우로 삶터가 초토화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광주 북구.
지금도 주민들은 진흙 속에서 집과 가게를 다시 일으키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마가 할퀴고 간 지역의 경찰서 안에선 웃음과 박수가 터지는 '놀이판'이 벌어졌습니다.
재난의 무게를 함께하기는커녕, 한가한 여흥에 시간을 쏟는 경찰의 모습에 주민들은 "정말 같은 현실을 살고 있는 게 맞느냐."는 냉소를 보냈습니다.
양휴창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기자 】
오늘(8일) 오전 10시, 광주 북부경찰서 내에 있는 광주경찰청 소속 광역정보팀 사무실.
경찰 업무가 한창일 시간이지만, 문 밖으로 함성과 웃음소리가 터져나옵니다.
▶ 싱크 :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함성) (박수소리) 파이팅!"
▶ 싱크 :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광주경찰청 소속 총경인 A 과장이 주관한 간담회란 이름의 놀이판입니다.
10여 명이 참여한 이름뿐인 간담회에서 업무 논의는 없었고, A 과장이 사온 복권을 나눠주기 위한 룰렛과 뽑기가 1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 스탠딩 : 양휴창
- "이곳 북구는 수해복구가 한창인데, 놀이에 초점을 맞춘 간담회는 시기상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광주 북구는 극한호우에 두 번이나 침수돼 수백억대 피해를 입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습니다.
웃고 떠드는 이름뿐인 간담회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 인터뷰 : 문종준 / 수해대책위원회
- "지금 옆에 신안동은 어떻게 보면 여기 상갓집 아닙니까. 유관기관 아닙니까? 뭐 부서가 틀리다 하더라도...(이해가 안 갑니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팀 회의가 딱딱했다는 이유로 게임을 하나씩 발굴해 오라고 지시했다."며 "회의 때 준비한 게임에 대해 발표까지 했다."며 갑질이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 싱크 : 광주경찰청 A 과장
- "제가 직원들하고 좀 친해지고 싶어가지고, 소통하고 이런 의미지 게임에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잖아요."
수해 복구에 다들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특별재난지역의 담당 경찰서에서 벌어진 놀이판.
직원과 소통을 위해 놀이판을 벌일게 아니라 주민과 소통하기 위해 수해 복구 현장을 찾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KBC 양휴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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