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성평등 인식 수준이 뒷걸음질 쳤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12일(현지시각) 유엔 산하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간한 젠더사회규범지수(GSNI)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별도 조사대상 37개국 중 성평등에 반하는 편견이 가장 많이 심화된 나라로 조사됐습니다.
UNDP는 세계인구의 48%에 해당하는 이들 나라 주민들을 대상으로 가치관을 설문 조사해 2010∼2014년, 2017∼2022년 두 시기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인식 수준을 평가했습니다.
한국은 해당 기간, 남녀 모두 성평등에 대한 인식 수준이 급격히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칠레와 이라크, 러시아, 말레이시아, 키르기스스탄, 필리핀, 콜롬비아, 멕시코 등에서도 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퇴보했지만, 한국보다는 그 폭이 작았습니다.
반면 독일과 뉴질랜드, 싱가포르, 일본 등에서는 성평등 인식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최소 1개 항목 이상 성편견이 있는 한국인의 비율은 남성은 93.08%, 여성은 86.83에애 달했습니다.
성에 대한 편견이 아예 없는 한국인의 비율은 10.12%에 그쳐 스웨덴(68.24%), 뉴질랜드(65.56%) 등 상위권 국가와 큰 격차를 보였습니다.
한국의 경우, 세부적으로는 정치적 편견을 가진 사람의 비율이 72.85%, 경제 부문은 55.28%, 교육 부문은 33.73%, 신체조건 부문은 56.20%였습니다.
지구촌 76개국을 살펴보면 성평등을 향한 인식 개선은 아직 전반적으로 멀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세계인의 절반 가량이 정치 지도자로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기업 임원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40%를 넘었습니다.
더 나아가 극단적인 설문 항목을 살펴보면 '남편이 아내를 때려도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2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안겼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성편견이 전혀 없는 국민의 비율이 높아진 국가는 조사대상 38개국 중 27개국에 달했습니다.
UNDP는 젠더에 대한 사회적 규범을 바꾸는 데 정부의 역할이 핵심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육아휴직이나 노동시장 개혁 등으로 영유아 돌봄 책임이나 여성의 가사 활동에 대한 관념을 바꿀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라켈 라구나스 UNDP 젠더팀 국장은 "급여를 받지 않는 일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는 게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여성에 대한 성편견이 매우 높은 국가를 보면 여성이 급여를 받지 않는 돌봄에 6배나 많은 시간을 쓰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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