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부상자 치료와 진상 규명에 평생을 바친 안성례 전 오월어머니집 초대 관장이 지난 28일 향년 88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고인은 1980년 5월 항쟁의 참혹한 현장을 지켰던 의료인이자, 이후 민주화 운동의 최전선에서 활동한 투사였습니다.
1938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난 고인은 전남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광주기독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며 삶의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1980년 5월 당시 간호감독이었던 그는 계엄군의 총칼에 다친 시민들이 병원으로 밀려들자 밤낮없이 응급 치료를 지휘했습니다.
몰려드는 환자로 혈액이 부족해지자 병원 직원과 시민들에게 헌혈을 호소하며 공동체 정신의 씨앗을 뿌리기도 했습니다.
남편인 고 명노근 전남대 교수가 5·18 주동자로 몰려 구속되자 고인의 삶은 민주화 운동가로 확장됐습니다.
그는 구속자 가족들과 함께 서울을 오가며 석방 운동과 진상 규명 투쟁을 전개하며 거리의 역사를 써 내려갔습니다.

이후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대표를 역임하며 고난받는 이들의 곁을 지켰고, 1991년에는 광주시의원에 당선되어 제도권 내에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시의원 재임 시절에는 5·18 광주문제특위 위원장을 맡아 부상자들의 후유증 치료를 위한 시립정신병원 건립 등에 힘을 쏟았습니다.
2006년에는 항쟁으로 가족을 잃은 여성들의 쉼터이자 연대 공간인 '오월어머니집'을 설립하고 초대 관장을 맡았습니다.
고인은 아픔에 머물지 않고 슬픔을 치유와 행동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데 전력을 다했습니다.
지난 30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엄수된 영결식에는 수많은 시민과 추모객이 모여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습니다.
참석자들은 고인이 보여준 헌신적인 희생과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광주 지역 사회는 고인을 향해 '우리 시대의 큰 어른'이자 '광주의 어머니'라며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습니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아들 윤석 씨와 딸 혜원, 규원, 지원 씨, 그리고 현재 광주시의원인 막내딸 명진 씨 등이 있습니다.
안 전 관장이 남긴 오월 정신은 이제 남은 이들의 몫으로 돌아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밑거름이 될 전망입니다.
88년의 고단했던 짐을 내려놓은 고인은 이제 망월동 묘역에서 먼저 떠난 오월 영령들과 함께 영원한 안식에 들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