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순 시인 두 번째 시집 『반달의 시간』 출간

    작성 : 2025-02-07 09:38:38
    향토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서정성 일궈
    좌절과 고통을 사랑으로 승화하는 의지
    송수권 시인 문하, <월간문학>으로 등단
    ▲ 박태순 시인의 시집 『반달의 시간』

    “남도 서정의 맥을 잇는 맑고 담백한 시적 감각”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는 '시는 회상되는 감정에서 솟아난 정서'라고 정의했습니다.

    우리의 마음 속에 회상의 물결을 일으키는 요소 가운데 가장 뿌리 깊은 대상은 고향입니다.

    고향은 외롭고 슬플 때 사랑의 젖줄을 물려주는 모성을 간직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고향에 대한 기억은 포근하고 감미롭습니다.

    특히 시인에게 고향은 그리움의 뿌리이기도 하면서, 시적 영감이 발현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고향에서 시인의 시가 생명처럼 잉태되고 시인에게 길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태순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반달의 시간』(시와사람刊)을 출간했습니다.
    ◇ 고향에 대한 회상된 정서를 표현
    첫 시집 『그리움은 거리가 없다』(천년의시작刊)에 이어 고향에 대한 회상된 정서를 정감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고향인 무안 현경면과 인접한 목포 바다 등 향토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결 고운 시의 텃밭을 일구었습니다.

    나에게는 고단한 시들이 남아 있다
    어미 품에 잠기듯 촉촉해진 그리움을 말리고 싶은 곳

    끊임없이 나의 불온을 다독이는 시의 온기
    어리석음이 굴하지 않는 시와 산다

    그곳에 가면 달콤한 향기보다는 연민으로 만난
    상처 입은 종다리처럼 지저귄다

    내 손을 끌며 보고 싶었다고 가슴을 열어 보인다

    맨 처음 서러움을 가르쳐 준 시

    그곳엔 짠 내 머금은 눈물이 모여 산다
    (그곳의 시 전문)

    박태순 시인에게 ‘고단한 시’는 무엇이었을까. 고향에서 나고 자라면서 겪었을 좌절과 고통, 그리고 슬픔 또한 ‘시의 온기’였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시인 가슴에 서러움을 심어준 곳도 고향이며, 그곳에 서러움의 씨가 시로 승화되는 곳도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 젊은 날에 대한 연민과 회한
    박태순 시인은 ‘남도의 소월’로 칭송되는 고(故) 송수권 시인의 문하에서 단단한 습작기를 거쳤습니다.

    그래서 그의 시에서는 스승인 송수권 시인의 사유의 향기가 물씬 묻어납니다.

    송수권 시인은 생전에 대나무와 황토와 뻘밭을 남도 정신의 근원으로 삼아온 터였습니다.

    그가 표제 시로 내세운 ‘반달의 시간’은 젊은 날에 대한 연민과 회한이 깊이 스며 있습니다.

    삶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고통과 좌절의 시간입니다. 고통과 좌절 없이 기쁨과 보람은 주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결핍의 시간이 그를 더욱 견고하게 이끌어온 원동력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 인식 변화가 극적 효과를 가져옵니다.

    “채워지지 않은 반달의 시간이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돌아갈 길도 없는 텅 빈 가슴의 시간을 지나/지금 여기에 와보니/절망마저 그립다”(‘반달의 시간’ 일부)
    ◇ 고통을 극복하는 역설적인 인식
    ‘다 채워졌다면 지금의 내가 있었을까?’라는 인식이 지금의 나를 충만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을 낳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에 당도해서 바라보니 ‘젊은 시절에 맛보았던 절망마저 그립다’고 회상합니다. 그 바탕에는 절망이 희망을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강대선 시인은 시 해설에서 “박태순 시인은 남도의 서정을 감각적인 언어로 색다른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좌절과 고통을 극복하는 역설적인 인식은 허무를 이겨내는 사랑으로 승화되고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장소, 사랑하는 스승을 그리워 하는 서정으로 옮겨 가고 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고 평했습니다.

    한편, 박태순 시인은 201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송수권 기념사업회 부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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