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심정섭 민족문제연구소 지도위원..‘70여 년’ 친일·독립운동 사료 수집·연구

    작성 : 2024-03-01 14:49:35
    ‘임시정부 4인방’ 백강 조경한 선생 외손자
    ‘3·1절’ 105주년 맞아 ‘백강 친필편지’ 공개
    임시정부 국무위원 활동 등 조명 희귀 자료 평가
    “소장자료 2천여 점 기증해 교육 등에 활용되길”
    ▲지난 70여 년 동안 친일문제와 독립운동 관련 사료를 수집, 연구해온 심정섭씨가 외조부이자 임정4인방이었던 백강 조경한 선생의 친필 서신을 공개하며 설명하고 있다.


    “민족 독립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셨던 임시정부 국무위원 등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연구가 더욱 활발해져야 합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서 친일행적을 쫓고 독립운동과 관련한 자료를 발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친일문제와 독립운동 등에 관련된 역사 자료를 수집하는데 외길인생을 살아온 심정섭(82)씨가 ‘3·1절’을 앞두고 밝힌 소회입니다.

    심씨는 우리나라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상해 임시정부의 국무위원으로 ‘임정4인방’으로 꼽힌 백강(白岡) 조경한(1900~1993) 선생의 외손자입니다.

    심씨는 독립운동가였던 외조부의 영향을 받아 중학교 시절부터 친일문제와 독립운동 등에 관련한 다양한 자료들을 찾아 정리하는 일에 평생을 바쳐온 광주지역의 향토사학자입니다.

    심씨는 올해 ‘3·1절’ 105주년을 앞두고 자신이 수집하여 소장하고 있던 백강 조경한 선생의 친필 편지 중 10여 점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심정섭씨가 언론에 처음 공개한 독립운동가 조경한 선생의 편지를 담았던 봉투. 해방 직후의 정치, 사회, 통신, 문화관습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이다.

    심씨는 “백강 조경한 선생은 김구, 조소앙, 엄항섭 선생과 함께 임시정부 4인방으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었다”면서 “해방이 되어 상해를 떠나 군산항을 통해 고국으로 귀국하여 미군정기에 서울에서 국무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가족에게 보낸 편지들을 이번에 공개하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심씨는 “이 편지들은 대구의 한 고문서 경매시장에서 1천여만원을 주고 손에 넣을 수 있었다”며 “편지의 주인이나 내용보다 우표 수집상들이 오래된 우표만 떼어가려 했던 것이라 하마터면 놓칠 뻔 했던 것인데 광주의 한 고문서 수집가가 알려주어 찾게 되었다”고 수집, 소장 경위를 설명했습니다.

    이 편지들은 가족과 단절돼 지내온 조경한 선생이 귀국하여 해방직후인 1945년 12월 26일자로 전남 순천의 아버지께 첫 편지를 보낸 이후로 1946년 4월 23일, 1948년 7월 24 등 순차적으로 가족들에게 보낸 것입니다.

    이 편지에는 조경한 선생이 집과 고국을 떠나 무려 19년 동안 해외에서 망명생활을 하며 독립운동에 참여하여 겪은 사연과 가족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 등이 담겨 있습니다.

    ▲임시정부 국무위원이던 조경한 선생이 전남 순천의 가족에게 보낸 친필편지 일부. 19년 간의 망명생활 사연과 해방 직후 미군정기의 활동상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이다.

    특히 해방 직후 미군정기의 임시정부 요인들의 귀국 후 활동과 당시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갖춰가던 시기 집권당에 해당하는 ‘한국독립당(韓國獨立黨)’의 역할과 활동상황을 엿볼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심씨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봉투의 앞면에 ‘해방조선 기념우표’라고 찍힌 우표 4장이 세로로 붙어있고 그 아래 ‘경성 중앙 30’이란 우체국 분류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또 우측에는 ‘全南 順天君 住岩面 閒谷里 趙台鉉 先生’(전남 순천군 주암면 한곡리 조태현 선생)이라고 주소와 받는 사람 이름이 적혀있고 하단에 는 ‘U.S ARMY EXAMNER’(미군 검사관) 이란 영문이 찍혀 미군정기의 정치, 통신, 관습 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 편지를 담아 보낸 봉투에는 ‘韓國獨立黨中央執行委員會(한국독립당중앙집행위원회)’가 선명하게 찍혀 당시 ‘한국독립당 비서부장’이었던 조경한 선생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씨는 “이 편지들을 살펴보면 임시정부 국무위원들이 귀국하여 서울의 한미호텔 305호에 임시정부 국무위원 숙소를 두고 활동했었음을 알 수 있다”면서 “조경한 선생은 김구선생이 주도한 한국독립당중앙집행위원회 비서부장을 맡았는데 이는 오늘의 총무처에 해당한다”고 말했습니다.

    ▲조경한 선생(왼쪽 두 번째)이 1946년 고향 전남 순천에 돌아와 4형제와 찍은 사진. 이중 삼남 조옥현(왼쪽부터 세 번째)은 재헌 국회의원으로 반민특위 특별재판관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이와 함께 심씨는 조경한 선생이 해방 이듬해인 1946년 4월 고향 순천에 귀향하여 4형제와 찍은 기록사진도 공개했습니다.

    이 사진에는 장남 조태현, 차남 조경한, 삼남 조옥현, 막내 조규현의 모습이 담겨 있으며 이 중 조옥현은 재헌 국회의원으로 반민특위 특별재판관으로 활동하였으며 6.25 때 납북된 것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심씨는 “백강 선생은 해방 이후 친일파 척결과 독립운동가 공로를 알리려 사료를 수집했는데 6·25전쟁 때 모두 잃어버렸다”면서 “어린 저에게 내가 잃어버린 자료를 네가 모아보라고 해 지금까지 이 길을 걷게 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 동안 수많은 사료를 민족문제연구소 등에 기증해 ‘사료 기증왕’으로 불리는 심씨는 “지금 가지고 있는 자료들은 독립기념관과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민족문제연구소 등에서 기증해 달라고 요청해온다”면서 “그러나 이런 귀한 자료와 유물이 광주지역에 기념관이 세워져 소장하며 후세교육 등에 활용되길 바란다”고 지역사회의 관심을 바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편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다 20여 년 전 명예퇴직한 심씨는 수필가로 활동하며 최근 제5수필집이자 23번째 저서인 ‘치우천황’ 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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