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in] 자기표절 논문으로 지원금 '꿀꺽'

    작성 : 2016-04-17 20:50:50

    【 앵커멘트 】

    한 대학교 교수들이 수 년 동안 자신이 쓴 논문을 표절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실험 데이터까지 정확하지 않아 연구의 신빙성 마저 의심되고 있습니다.

    학교측은 이런 논문에 검증도 없이 수 천만원을 지원해 왔습니다.

    탐사리포트 뉴스in, 교수들의 논문 표절 문제에 대해 천정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조선대학교 한 단과대 교수들이 지난해 발표한 논문입니다.


    한 페이지를 대조해봤더니 단어 몇 개를 빼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습니다.

    논문에서 흔히 보이는 각주나 인용 표시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16장 짜리 논문 대부분을 한 달 전에 발표한 자신의 논문에서 그대로 베껴썼습니다.

    이 논문의 공동 저자들이 최근 6년 동안 국내*외 학술지에 올린 자기 표절 논문은 확인된 것만 5편에 이릅니다.

    표절 사실을 부인하던 해당 교수는 취재가 계속되자 결국 표절을 인정했습니다.

    ▶ 싱크 : 조선대 A교수
    - "자기 표절 했어요 내가. 이과가 자기표절 안하고 (어떻게 씁니까.) 내가 남의 것을 표절했나요? 남의 것도 조금 했겠지. 내가 영어권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지 않겠어요?"

    더 큰 문제는 논문에 실린 연구 내용까지 신뢰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주로 에이즈 바이러스를 연구했는데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실험했는지 논문에선 전혀 알 수 없습니다.

    ▶ 싱크 : 조선대 A교수
    - "(에이즈 바이러스는 어디에 맡기셨어요?) 다른 대학에 (연구)하는 사람에게 샘플을 보내서 니가 해라 해서 한 꺼번에 그 친구가 (미국 연구소에) 맡기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렇게 해서 제가 그 결과만 나는 얻죠. 조금 위험해가지고 한국에서는 조금..."

    샘플을 위탁했다는 다른 대학 교수에게 확인해봤습니다.

    ▶ 싱크 : 부산대 교수
    - "(미국쪽 대학교에 의뢰를 맡기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 제가요? 제가요? 아니요 아니요 그런 적은 없는거 같은데요."

    거짓 해명입니다.


    유전자생물체법에 따르면 에이즈와 같이 인체에 위험한 바이러스는 반드시 인증된 시설에서 실험하도록 돼있습니다.

    위반하면 징역 2년 이하의 형사처벌까지 받게 됩니다.

    더욱이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B교수는
    실험이나 논문 작성 과정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 싱크 : 조선대 B교수
    - "00 교수님이 기본적으로 다 쓰셨고요. 논문 처음부터 끝까지 다 쓰셨고요. 저는 교수님이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표절 사실이나 연구 과정을 알지도 못하면서
    버젓이 공동저자로 이름을 함께 올린겁니다.

    문제의 논문들은 주로 조선대에서 발간하는 자체 학술지나 유명하지 않은 외국 학술지에 실렸습니다.

    이를 근거로 저자들은 자신들의 연구실적을
    부풀린 것은 물론 학교에서 주는 지원금까지
    챙겼습니다.


    조선대는 논문 한 편당 최고 480만원의 인센티브를 교비에서 주고 있는데 이 논문의 책임교수는 지난해에만 2천 만원 넘게 지원받았습니다.

    결국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
    엉터리 논문에 쓰였다는 얘깁니다.

    연구 윤리에 무감각한 일부 교수들과
    학교 측의 허술한 논문 검증 시스템 때문에
    빚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 싱크 : 조선대 관계자
    - "연구윤리에 대한 팀을 만들라고 해요 정부에서는.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 직원 가지고 어떻게 만들겠냐고요"

    ▶ 스탠딩 : 천정인
    - "수준 높은 교육과 연구에 써야하는 학생들의 등록금이 손쉽게 연구 실적을 쌓으려는 교수들의 주머니 속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KBC 천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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