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같은 현실을 우리는 싸워 이겨냈다"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은 가운데 '계엄 사태' 이후 탄핵 때까지 광화문 거리 현장을 지키며 당시의 절절한 소회를 기록한 시집이 화제입니다.
박종화 시인이 광화문 겨울 천막에서 새우잠을 자며 쓴 시 250편이 담긴 시집 『계엄수첩』(문학들)을 펴냈습니다.
이 시집은 시인 스스로 "122일 동안 매일같이 생 날것으로 쓴 것"이라고 밝혔듯이 생생한 현장의 숨결이 꿈틀대고 있습니다.
그는 "광화문 겨울 천막에서/잘 때/차가운 등 때문이 아니고/마려운 오줌 때문도 아니고/오직/고통스러운 것은/그 와중에/날마다 시를 쓰는 것"이었다고 '자서'에서 고백합니다.
시집을 펼치면 '윤석열, 이상민, 김상욱, 윤상현, 조경태, 한동훈, 나경원, 최상목, 김민전, 전한길, 지귀연, 심우정'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이들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계엄이 터지고 희비가 교차하던 순간순간의 상황들,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태에 대한 분노와 반성과 희망의 감정이 시구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즉각 생각한다/굳게 결심한다/젊은이들 대신해서/총을 맞아 주자고//살 만큼 살았다고/더 살아서 딱히 할 일도 없다고/입술 물고 서럽게 결심한다"(계엄이 터졌다)
"야/내란범들/이리 와서 일렬로 서//내가 한 구절씩 부를 테니 따라서 불러라/부러울 것 없는 나는 정말 상놈의 새끼"(나는 정말)
"눈 뜨면 뉴스/이러다가 내가 먼저 미쳐버리겠다//뭘/할 수가 없다//이게/사는 건가"(이게 뭔가)
"까면 깔수록/더 소설 같고 영화 같은 사건//이런 영화와 소설을/우리는 현실로 이겨냈지만//승리라는 두 글자로 마감하기엔//아직 끝난 게 없다"(까면 깔수록)
광화문에서 박종화 시인과 함께 풍찬노숙한 송경동 시인은 추천서에서 "이 시집은 지난 내란의 겨울에 대한 피눈물 나는 시적 기록을 넘어 험한 시대와 광장의 노래꾼으로, 시인으로, 붓쟁이로 살아온 그의 평생이 담긴 눈물과 분노의 결정이기도 하다. 나의 역사이기도 하고, 우리의 역사이기도 한 시편들 앞에서 숙연해진다"고 의미를 평가했습니다.
저자 박종화는 시인, 싱어송라이터, 서예가, 공연연출 총감독으로 1987년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하여 30여 차례의 단독공연과 파랑새, 지리산, 바쳐야 한다, 투쟁의 한길로 등 400여 창작곡을 발표했습니다.
1992년 시집 『치밀한 빈틈』 외 3권을 펴냈으며, '30주년 5·18전야제' 외 다수 프로젝트 총감독으로 참여하는 등 현재까지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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