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 마한 세력 중 전남 함평 일대에 거점을 뒀던 소국이 백제, 중국, 일본과 긴밀하게 교류했으며 엄격한 위계질서를 갖춘 사회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학술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함평 마산리 표산고분군' 발굴 조사 결과를 16일 발표했습니다.
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부터 5년에 걸쳐 진행한 발굴 조사에서 표산고분군의 장고분은 일본 규슈 지방에서 보이는 무덤 형태와 비슷한 형태를 보였습니다.
장고분은 무덤 모양이 장고(장구)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해당 장고분에서는 전형적인 왜(일본)계 유물은 발견되지 않았는데, 반면 지역생산 토기, 중국 남조의 동전문양도기, 백제계 유물 등이 출토됐습니다.
연구소는 표산고분군이 서해안과 영산강을 연결하는 교통 요충지에 위치한 유력 세력의 묘역으로 추정했습니다.
또 이들이 백제는 물론 중국·일본과도 긴밀한 교류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고분의 축조 순서는 장고분이 가장 빨랐고, 그 주변에 있는 원형 고분은 외곽으로 갈수록 나중에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는 지역 유력자의 고분으로 추정되는 장고분을 중심으로 고분군이 조성됐다는 의미입니다.
연구소는 당시 사회가 유력자를 중심으로 한 엄격한 위계 체계를 갖췄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먼저 만들어진 장고분과 나중에 조성된 원형 고분은 모두 6세기 전후에 50∼60년에 걸쳐 조성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표산고분군은 고분 둘레에 도랑을 갖추고 지상에 석실을 만든 마한 분구묘의 대표적인 구조를 보여주며, 장기 보존과 구조 안정성을 고려한 수준 높은 공법이 적용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특히 사전에 정밀한 측량과 설계가 이뤄졌고 구획과 지형에 따라 성토 방식과 축조 순서를 달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다만 기존에 고분으로 분류했던 15기 중 5기는 고대에 만든 것이 아니라 조선시대 이후에 조성한 민간 묘인 것으로 재평가됐습니다.
연구소는 5년간에 걸친 조사가 마무리된 것을 계기로 17일 오전 11시 발굴 현장에서 표산고분군의 구조와 축조 방식, 출토 유물 등 그간의 조사 성과를 공개하는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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