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한 남편 두고 외출했다 돌아와보니 사망..法 "아내 무죄"

    작성 : 2025-06-28 08:40:59
    ▲의정부지방법원[연합뉴스]
    술에 취해 쓰러져 있던 남편을 별다른 조치 없이 집에 두고 나왔다가 남편이 사망하자 유기죄로 기소된 아내가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의정부지법 제11부(오창섭 부장판사)는 유기죄로 기소된 피고인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습니다.

    A씨는 지난 2023년 5월 20일 오전 10시쯤 자택에 귀가했다가 현관 바닥에 술에 취해 쓰러진 남편 B씨를 발견했습니다.

    당시 B씨는 의식을 차리지 못한 상태로, 속옷과 다리 등에 대변이 묻은 상태였습니다.

    A씨는 별다른 조치 없이 B씨 사진만 몇 장 찍은 뒤 외출했습니다.

    A씨가 딸과 식사를 하고 오후 3시쯤 집에 돌아왔을 때에도 B씨는 그대로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낀 A씨는 119에 신고했지만 B씨는 결국 숨졌습니다.

    A씨에 대해 검찰은 남편이 의식이 있는지 확인해야 할 법률상 구호 의무가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유기죄로 기소했습니다.

    A씨가 경찰에 "쓰러진 남편을 발견해 바로 119에 신고했다"며 남편을 발견한 최초 시점에 대해 거짓 진술을 한 점이 수사 기관의 의심을 샀습니다.

    이 재판은 피고인의 요청으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습니다.

    A씨 측은 A씨가 B씨의 죽음을 예상할 수 없었고, 위급한 상황을 인지하고도 고의로 유기할만한 동기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가족들도 B씨는 평소 술을 많이 마시며 만취 상태로 아무 곳에서나 잠드는 경우가 많았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A씨는 B씨를 목격한 직후 딸에게 전화해 "아버지가 하다 하다 술 먹고 바지에 대변까지 봤다"며 한탄했고, 외출 후 집에 돌아가기 전에는 "대변은 다 치워놨으려나"하고 말하는 등 남편의 사망은 전혀 예상 못 한 모습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변호를 담당한 변형관 법무법인 휘 변호사는 "유기죄는 당시 구조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했다는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며 "피고인이 술에 취한 남편을 보고 화가 나긴 했지만, 특별한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고의성을 증명할만한 정황도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초 거짓 진술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남편이 술에 취해 실수를 한 뒤 자고 있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좀 더 자세히 살피지 못한 점에 대한 후회와 당혹감이 컸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평소 피해자에게 화나 있었던 부분까지 가감 없이 진술하고 있고, 이들의 관계, 피해자의 평소 음주 습벽, 당시 현장 사진 등을 봤을 때 유기의 고의가 없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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