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무죄 파기자판, 0%..'이재명 대통령' 목전, 조선일보·국힘 '멘붕', 혹세무민[유재광의 여의대로 108]

    작성 : 2025-03-29 15:31:52 수정 : 2025-03-29 15:39:56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KBC 광주방송 서울광역방송센터가 위치한 '파크원'의 도로명 주소입니다. 정치권 돌아가는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 이에 대한 느낌과 단상을 진솔하고 가감 없이 전하고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 이재명, 선거법 허위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전부무죄..민주 '환호작약' vs 국힘 '망연자실'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허위사실공표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26일)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김문기 모른다', '골프 사진 조작', '백현동 용도 상향 국토부 협박' 발언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가 아니라는 판단을 받은 겁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발언이 허위 사실의 적시가 아닌 의견이나 인식에 관한 표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쉽게 말해 공공연하게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 '기억'이나 '느낌'에 관한 내용이므로 선거법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1심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에 비교하면 이 대표나 민주당 입장에선 그야말로 지옥에서 천국으로 기사회생, 벼랑 끝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당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대표는 국회의원직도 잃고 향후 10년간 대선에도 못 나옵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국가에서 보전받은 선거자금 434억 원을 도로 토해내고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환호작약(歡呼雀躍)'이라면, 이 대표가 2심에서도 당연히 피선거권 박탈형을 받을 걸로 철석같이 믿었던 국민의힘은 '망연자실(茫然自失)'입니다. 시쳇말로 '멘붕'입니다.
    ◇ 국힘, ”재판 결과 승복하라" 할 땐 언제고..'정치 판결, 좌파 사법 테러' 십자포화, 판결 불복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권영세 권성동 의원 등 당 지도부가 모두 나서 항소심 선고 전날, 당일까지도 '판결에 승복하라'고 이 대표를 압박했던 국민의힘은 태세를 바꿔 일제히 항소심 판결에 대한 비판과 성토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서울대 법대에 검사 출신인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판사의 정치 성향에 판결이 좌우됐다. 판사들 문해력이 의심된다”고 고법 부장판사들을 두고 말이나 글의 '이해 능력'이 의심된다고 문제 삼았습니다.

    역시 검사 출신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정도면 우리법연구회 카르텔이 존재한다'는 소문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음모론과 색깔론을 끌고 와 '사실'이라고 단정한 겁니다.

    사실상 '이게 무슨 판결이냐, 못 받아들이겠다'는 말에 다름 아닌데, 이 대표를 향해 '항소심 결과에 승복하라', '법원 판결을 받아들여라'라고 목소리를 높여 다그치던 권영세 권성동 의원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합니다.

    두 '스타 검사' 출신 대선 주자, 홍준표 대구시장은 "무죄를 정해놓고 논리를 만들었다”고 재판부를 깎아내렸고, 한동훈 전 대표는 "정치인에게 주는 거짓말 면허증”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역시 서울대 법대를 나온 검사 출신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사실상 사법 내전 상태”라고 법원 판결을 진영 대결로 치환했고, 판사 출신 김기현 의원도"억지스럽고 기괴한 논리”라며 사법부 판결의 '의도성'을 의심했습니다.

    그 외에도 '해괴한 정치재판', '사법정의 파괴 테러', '좌파 사법 카르텔의 음모' 등등 온갖 조어의 비판, 비난, 성토가 쏟아졌습니다.

    그만큼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 대표 선거법 무죄 판결의 충격이 크다는 반증 같기도 합니다.
    ◇ 조선일보 "이재명 2심 무죄, 궤변 판결..거짓말 천국 선거판 되나”..우국충정? 오지랖 걱정?
    조선일보는 <이재명 선거법 2심 무죄, '거짓말 천국 선거판' 되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렇게 거짓말을 해도 괜찮다는 것인가. 궤변처럼 들리는 판결”이라고 이 대표 발언을 '거짓말'로, 재판부 판결을 '궤변'으로 치부했습니다.

    <"표현의 자유" 5년 전 이재명 대법 판결 끌고 온 2심>이라는 제목의 법조 기사에선 5년 전 있었던 이 대표 허위사실 공표 혐의 무죄 대법원 판결을 소환했습니다.

    "이 대표 2심 무죄 판결문에 5년 전 대법원이 이 대표 허위사실 공표 사건에 내린 판결을 인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권순일 전 대법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무죄 판결의 논리가 이번 선고에서도 근거로 쓰였다”고 적었습니다.

    해당 재판은,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관련 "그런 일이 없다”는 이 대표 발언에 대해 2심에선 당선 무효형인 벌금 300만 원이 선고됐는데,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했고,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문제가 되는 표현이 사실을 드러낸 것인지 아니면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인지를 구별할 때 원칙적으로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시였습니다.

    이른바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 건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시는 하급심 법원에 거의 절대적 귀속력을 갖습니다.

    하급심이 관련 판결을 하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시를 인용해 판결문을 작성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겁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5년 전 이재명 대법 판결 끌고 온 2심'이라는 제목에, '대장동 50억 뇌물 클럽'과 '화천대유 불법 법률고문' 논란을 받았던 권순일 대법관을 '끌어와' 연결해 묘하게 부정적인 느낌과 이미지를 입히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판단하면 앞으로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는 사문화될 것이고 우리 선거는 거짓말 천국이 될 것”이라는 게 좋게 말하면 조선일보의 '우국충정'이고 좀 비꼬아 말하면 '오지랖 걱정'입니다.
    ◇ 검찰 "상식과 너무 괴리, 도저히 수긍 안 돼”..즉각 상고, 그럼 윤석열 항고 포기는?
    여당과 '일등보수신문'이 이 대표 선거법 허위사실 공표 혐의 무죄 항소심 판결에 일제히 십자포화를 쏟아붓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27일 오후 5시 19분쯤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이 대표 재판부에 상고장을 냈습니다.

    전날 오후 3시 37분쯤 선고가 끝났으니까 항소심 선고 약 26시간 만에, 흔히 쓰는 표현으로 항소심 판결문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상고장을 낸 겁니다.

    "법리오해, 채증법칙위반 등의 이유로 상고를 제기했다. 항소심 판결의 위법성이 중대하고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워 신속하게 상고했다”는 것이 검찰의 상고 이유입니다.

    항소심 무죄 판결 당일에도 검찰은 "항소심은 1심에서 장기간 심리 끝에 배척한 피고인의 주장만을 받아들였다. 항소심 판단은 일반 선거인들의 생각과 너무나도 괴리된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판단”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무죄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는 것은 벌을 주는 검찰 입장에서 할 일 하는 거니 그 자체를 뭐라 지적하진 않겠지만, 다만, '윤석열은?' 이 넉 자는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구속기간 산정을 일 수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 구속을 취소한 건 정부 수립 이래 윤 대통령이 최초이자 마지막이 될 거라고 하는데, 법원 사무를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 천대엽 대법관도 "즉시항고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검찰만 왜 굳이 굳이 아니라면서 항고를 안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검찰이 언제부터 피고인 인권을 그리 생각해줬냐는 비아냥과 냉소가 그냥 나오고 생긴 것은 아닐 거라는 건 검찰도 인식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국힘-조선일보, 일제히 '파기자판' 카드..'파기자판'이 뭐길래
    아무튼 검찰이 상고장을 냈으니 이제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은 그 전에 잘 들어보지 못했을 '파기자판(破棄自判)'이라는 네 글자가 요 며칠 사이 국민의힘과 조선일보에 부쩍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파기'는 상고 법원인 대법원이 원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깨는 것을 말합니다. '자판'은 대법원 스스로 판단한다. 직접 판결하는 것을 말합니다.

    파기자판, 그러니까 대법원이 원심을 깨면서도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다시 판결을 내리는 재판을 뜻하는 법률용어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96조 '파기자판' 조항은 "상고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한 경우에 그 소송기록과 원심법원과 제1심법원이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판결하기 충분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피고사건에 대하여 직접판결을 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 △추가 증거조사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 △법리적 오류가 명확한 경우 △소송의 신속성 효율성이 필요한 경우 △사회적 논란이 큰 경우 등 네 가지를 파기자판을 할 수 있는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근거해 판사 출신 김기현 의원은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 사건은 파기자판을 위한 4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며 대법원 파기자판을 강하게 촉구했습니다.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하는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이 대표 무죄 판결은 일반 국민의 보편적 상식에서는 무슨 말인지를 해독할 수 없는 '난수표' 같다. 흔들리는 사법부 권위와 위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신속히 파기자판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것이 김 의원의 말입니다.

    김 의원은 "기소부터 1·2심 재판을 거치며 30개월이 넘는 장기간에 걸쳐 사실심리가 이뤄졌다. 추가적인 증거조사가 필요 없으며 허위사실 공표인지 여부에 관한 법리적 오류만 시정하면 된다"며 거듭 파기자판을 촉구했습니다.

    "대통령 선거 출마 자격과 관련된 사회적 논란이 매우 큰 만큼 대법원은 파기자판을 하는 것이 원칙에 부합한다"고 김 의원은 강조했습니다.

    파기자판이 이뤄진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질문에는 "1심 유죄가 특별한 사유 없이 2심에서 무죄로 선고한 사례는 1.7%로 적다"고 이 대표 무죄를 거듭 꼬집으면서 "비율로만 따지면 파기자판은 5배 정도 높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 나경원 "허위사실 공표 법리 오해, 당연히 파기”..국힘, 이재명 피선거권 박탈 대법원 직접선고 '기대'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하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역시 판사 출신 나경원 의원도 같은 날 같은 곳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리 오해에 관한 판단이 상고 이유이므로 대법이 직접 판결할 만한 조건을 갖췄다"며 "형사소송법 규정상 유죄로 할 때 양형을 대법에서 정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이 사건이 허위사실에 관한 법리 오해로 당연히 파기되어야 하는데, 관행대로 파기환송으로 원심인 고등법원에 되돌려보낸다면 재판 기간이 더욱 지연될 것”이라는 게 나경원 의원의 말입니다.

    "최근 대법 파기자판율은 5.5%에 불과한데 재판 지연에 따른 피고인 고통 해소를 위한 신속한 재판을 위해 일본처럼 54%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는 말도 나 의원은 덧붙였습니다.

    요약하면, 대법원이 원심 무죄를 깨고 유죄로 판단할 거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다시 돌려보내지 말고 대법원이 형량까지 다 정해달라는 취지입니다.

    그 기저엔 물론, 만약 조기대선이 열릴 경우 조기 대선 전에 대법원이 이재명 대표에 대해 벌금 100만원 이상, 즉,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에 나올 수 없는 형을 빨리빨리 내려달라는 '바람'과 '희망'이 깔려 있습니다.

    검사 출신인 주진우 의원도 페이스북에 "개별 판사의 편향된 성향이 결국 기괴한 법리를 억지 창조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처럼 증거가 충분할 때는 파기자판도 할 수 있다”며 파기자판을 주문하는 등 파기자판 촉구 목소리가 여당 내에서 분출하고 있습니다.
    ◇ '약방의 감초' 조선일보 "대법원, 하루라도 빨리 결론내야”..'2개월 안에', 구체적 개월 수 까지
    조선일보도 빠지지 않고 <대법원이 이재명 사건 직접 재판해 유·무죄 확정을>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대법원 파기자판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조선일보는 "검찰은 '항소심 판결을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워 신속하게 상고했다'고 했다. 대법원 판단을 하루라도 더 빨리 받겠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그럴 필요가 있다”며 "이 대표의 대선 출마 자격과 직결되는 재판이기 때문”이라고 적었습니다.

    대법원 파기자판 요구 배경과 이유가 '이 대표 대선 출마 자격 때문'임을 숨기지 않고 드러냅니다.

    "1·2심이 완전히 정반대 판결이 나왔다.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이 대표의 대선 출마 여부가 걸려 있다. 어느 쪽이 맞는지 대법원이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는 건데, 약간 '안달'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무튼 조선일보는 "그렇게 못할 이유도 없다. 1·2심만 2년 6개월을 끈 이 사건은 이미 증거 조사가 다 이뤄졌고 사실관계가 달라진 것도 없다.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 법리 판단만 하면 된다”며 파기자판을 촉구했습니다.

    "이 대표 선거법 재판은 만약 조기 대선이 이뤄질 경우 국가적 문제가 될 수 있다. 그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법원이 빨리 무죄를 확정하든지 아니면 파기자판을 하는 것이 맞다. 그것이 이 대표와 민주당에도 더 나은 일이 될 것”이라는 게 조선일보의 주장입니다.

    "이 사건은 이 대표가 2심에서 무죄를 받아 상고권이 없기 때문에 이젠 재판을 지연할 수 있는 여지도 거의 없다. 대법원이 마음만 먹으면 2개월 안에도 선고할 수 있다”고 '2개월'이라는 구체적인 개월 수까지 내놓았습니다.

    2개월. 꼼꼼하다면 꼼꼼하고 집요하다면 집요한데, 간단한 산수를 해보겠습니다.
    ◇ 대법원 파기자판 없으면 이재명 조기대선 출마 막을 방법 없어..이재명 당선, '닭 쫓던 개' 될 수도
    4월 18일 문형배 이미선 두 헌법재판관 퇴임 전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인용 선고가 난다고 가정을 하면, 60일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하니까 6월 18일 전에는 대선 날짜가 잡힙니다.

    그런데 설사 대법원에서 2심 무죄 판결이 깨져서 일부가 다시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파기환송, 그러니까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다시 돌려보내서 재판을 하면 최소한 몇 개월은 걸리게 됩니다.

    이 대표가 이걸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면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법원 서류 송달받고 이 대표 측에서 필요 서류 내고 뭐 하고 하면 두어 달 정도는 또 그냥 지나갑니다.

    쉽게 말해 그사이 대선은 치러질 거고 이 대표가 민주당 후보로 나와 대선에 당선되면 '게임 끝', 버스는 진즉에 떠난 거고,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질 않기 바라는 쪽은 '닭 쫓던 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상황이 흘러가 버리면, 이 대표가 '대통령 선서'를 하는 걸 두 눈 뜨고 맥없이 지켜볼 수밖에 별 도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여러 논란이 있지만 이 대표가 지금 받고 있는 5개 재판, 현직 대통령이 된 이 대표 재판이 계속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습니다.

    그야말로 말 그대로 '게임 끝'이 되는 거고, 어떻게든 이를 막아보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온 게 대법원 '파기자판' 아닌가 합니다.
    ◇ 2024년 대법원 형사재판 파기자판 0.073%..원심 무죄 파기자판은 0건, 0%
    그런데 이쯤에서, 이재명 대표 사건 대법원 파기자판, 이게 실제로 가능하긴 가능한 얘기일까요.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2024년 사법연감'을 찾아봤습니다. 1,172페이지에 형사공판사건 상고심 통계가 실려 있습니다.

    ▲형사공판사건 상고심 통계 [2024 사법연감]

    일단 형사재판으로 대법원까지 간 '원심판결 인원'은 20,419명입니다. 이 가운데 원심판결이 변경 없이 확정된 경우가 20,124명으로 98.56%에 달합니다. 절대다수입니다.

    원심판결이 변경돼 파기된 경우는 295명으로 전체 상고심 사건의 1.5% 정도밖에는 안 됩니다.

    그나마 원심이 파기된 295명 가운데 환송이 261명, 이송 3, 기타 16명 등 파기 사건 대부분은 원심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국민의힘과 조선일보가 요구하고 있는 파기자판은 단 15명에 불과합니다.

    전체 상고심 20,419명을 놓고 보면 0.073%에 불과합니다. 통계적으론 의미 없는 수치입니다.

    원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에 올라간 경우로 좁혀서 보면, 원심 무죄 판결 인원은 990명입니다. 이 가운데 953명이 무죄를 확정받았고, 파기된 인원은 37명입니다.

    이 37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한 36명이 파기환송 됐습니다. 그 1명도 '기타'에 속했고, 파기자판 된 경우는 단 1명도 없었습니다.

    원심 무죄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로 파기하면서 스스로 판결을 내린 파기자판은 말 그대로, 숫자 그대로 '0%'라는 얘기입니다.

    이런 숫자들이 다 뭘 의미하는 걸까요.
    ◇ 대법원 파기자판, 재판 지연으로 인한 피고인 고통 덜어주기 위한 것
    "최근 대법 파기자판율은 5.5%에 불과한데"라는 나경원 의원의 말은 2024년 사법연감 형사재판 파기자판율 '0.073%'과는 차이가 나는데, 이 부분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그 다음 말, ”재판 지연에 따른 피고인 고통 해소를 위한 신속한 재판을 위해"서 라는 나 의원 말에 대법원 파기자판을 두고 있는 이유에 대한 '정답'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법원 파기자판은 법원을 위해서도 아니고, 검찰을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고, 피고인, '재판 지연에 따른 피고인 고통 해소를 위한' 겁니다.

    한마디로 대법원이 재판을 빨리 끝내서 불필요하게 여기저기서 재판받느라 몸과 마음, 심신이 다 피폐해지는 것 막고 고통을 덜어주자는 취지입니다.

    여러 상황과 현실적 이유들로 파기자판율이 극히 미미하지만, 형사소송법이 '파기자판' 조항을 제396조에, 제397조 '파기환송 또는 이송' 앞에 둔 것도 피고인의 고통 해소를 먼저 생각하라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실제 2024년 파기자판 사례 15건을 유형별로 보면 벌금 선고가 6건, 형의 면제·면소가 7건, 동일 형명 중 '가볍게'가 2건으로 원심에서 유죄형이 나온 것을 면제, 면소, 가볍게 덜어주려는 취지가 그대로 확인됩니다.

    원심에서 무죄 받은 걸 유죄로 돌려서 대법원이 스스로 판결한 파기자판은 단 한 건도 없음을 감안하면, 파기자판의 이같은 피고인 고통 덜어주기 취지는 더욱 극명하게 입증되는 것 같습니다.
    ◇ 2심 무죄 이재명, 유죄 파기자판?..파기자판 취지 '몰각'..혹세무민, 정치도 언론도 '무당 칼춤' 안 돼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다시 이재명 대표 상고심으로 돌아가면 2심에서 무죄가 나온 이재명 대표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파기자판을 하라는 요구는 파기자판 제도 취지를 법조인들이 자주 쓰는 용어로 하면 '몰각'하는 겁니다. 그것도 완전히.

    유죄 나왔을 땐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라, 승복하라'고 으르렁거리다, 무죄가 나오니 '해괴한 정치 판결, 좌파 판사들의 사법 테러'라며 '이재명 유죄, 신속 파기자판'을 외치는 모습들. 국민의힘과 조선일보. 보기가 그렇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내가 오죽하면 그러겠어, '심정'이 주장이나 행동을 정당화하진 못 합니다. 잘못된 주장이나 행동일 경우 더 그렇습니다.

    이게 맞는 건지, 일단 피고인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파기자판 취지를 몰각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모르고 하는 거라면 무지한 거고, 알고도 눈 감고 그런 요구를 한다면. 그건 오로지 이 대표를 대선에 못 나오게 할 일말의 기대와 요량으로 세상을 속이는 것 아닌가 합니다.

    그런 걸 일컫는 말이 있습니다. 혹세무민(惑世誣民). 세상을 미혹하여 어지럽게 하고 사람들을 속여 호도하는 걸 말합니다.

    '없는 것을 지어내다, 속이다'는 뜻의 '무'(誣) 자를 뜯어 보면, 말 '언'(言)과 무당 '무'(巫) 자가 합쳐져 있습니다.

    무당을 폄하할 의도는 조금도 없는데, 무당 작두 칼춤 추며 있는 말 없는 말 아무 말이나 쏟아내며 사람들을 속인다 정도의 글자입니다. 없는 말을 지어내 사람을 해하려 하는 '무고죄'(誣告罪)의 그 무(誣) 자입니다.

    '이재명'이라는 사람. 혹자들은 '형수 뭐시기' 욕설 등등을 떠올리며 혐오하기도 하고. 다른 누구들은 '썩은 세상을 바로잡을 정도령' 정치인으로 여기기도 하고. 아무튼, 이 대표에 대한 호불호와 정치적 유불리, 대선을 떠나서.

    적어도 무당 푸닥거리 칼춤 굿하듯, '비나이나 비나이다 이재명 파기자판 얼쑤' 식으로, 그러면서 마치 그게 정도인 양 혹세무민하는 건. 정치와 언필칭 '언론'이 갈 길은 아니지 않나. 그렇게 가는 건 아니지 않나. 안 되지 않나 싶습니다.

    가능해 보이지도 않고, 모양이 상당히 빠져보여서 하는 말입니다.

    그래도 혹시나, 일말의 기대와 희망을 품고 있다면. 다시 한번 상기하면, 지난해 원심 무죄 사건 대법원 파기자판은 0건, 0%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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