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판 <춘향가> <춘향전>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면 어떤 해석이 가능할까.
제주4·3평화문학상,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한 정범종 작가가 장편소설 『춘향의 친구』(문학들 刊)를 내놓았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장편소설 『춘향의 친구』는 한 편의 극을 펼쳐 보는 듯한 구성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한반도에서 "지난 이백 년 동안 무대에서 가장 유명한 이"가 바로 '성춘향'이라는 소설 속 극작가 이민규와 연출가 김윤도의 합의 속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춘향가>는 당연히 성춘향과 이몽룡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춘향가>의 수많은 이본을 읽은 소설 속 윤도는 춘향을 위한 합창이 아닌 춘향이 관객을 위해 부르는 노래, 즉 춘향의 독창을 무대로 올리고 싶다며 새로운 해석을 시도합니다.
특히 극작가인 민규는 한때 신문기자였던 식당 주인이 춘향을 가리켜 '혁명가'라고 부른 점에 주목합니다.
"거부를 이어"가는 것, "혁명은 거부하는" 것이기에 변 사또의 수청을 목숨을 걸고 거부한 춘향은 혁명가라는 것입니다.
"춘향가(春香歌)의 세 글자는 봄[春]과 향기[香]와 노래[歌]로 돼 있다. 봄은 꽃과 이파리가 피는 때여서 젊은이들은 주위를 본다.
그러다가 짝이 될 만한 젊은이와 눈이 맞는다. 코로 상대방의 향을 맡는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는 안 된다. 가까이 있어야 향을 맡는다.
서로 향기를 맡은 젊은이들은 가까워진다. 그들은 노래하고 듣는다. 한 명이 노래하면 다른 한 명이 듣는다. 오래지 않아서 둘이 함께 노래한다.
그러면서 함께 듣는다. 입과 귀가 하나로 됐을 때 연애는 본격적인 스토리로 접어든다."
- '본문' 中
두 친구가 올리려는 연극에서 주인공 역을 맡게 된 연극배우는 신초희입니다.
그녀는 신윤복의 미인도에 그려진 여인이 성춘향이었을 거라 상상하며 기생을 연기하기 위해 조선시대에 기생이 입었던 한복을 찾는 등 자신이 맡은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처럼 『춘향의 친구』는 단순히 <춘향전>을 연극으로 올리려는 소설이 아니라 한 편의 연극을 올리기 위해 거쳐야 할 여러 고난들, 그리고 그 연극을 완성하기 위해 각자가 맡은 역할 속에서 맞부딪히는 고뇌에 초점을 맞춘, 결과가 아닌 과정의 소설입니다.
정범종 작가는 전남대 경영대를 졸업했으며 19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희곡 새연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광주시립극단 희곡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칼과 학』, 『마스크 요정과 꼬마꽃벌』, 『봄날의 새연』, 『매사냥꾼』 등을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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