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례적 폭우로 큰 타격을 받은 폴란드에서 총리가 홍수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비버를 지목하고 나섰습니다.
비버를 애꿎은 희생양으로 삼아 홍수 피해의 책임을 돌린다는 거센 비난이 일고 있습니다.
25일(현지시각) 폴리티코에 따르면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최근 홍수위기 대응팀 회의에서 댐과 제방의 안전이 비버 때문에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투스크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비버로부터 제방을 보호하기 위해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모든 조치를 허용할 것이라며 "제방은 현재 절대적 우선순위"라고 강조했습니다.
물가에서 사는 포유류인 비버는 나뭇가지 등으로 보금자리인 댐을 만드는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럽 전역에는 비버 약 120만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이번 달 중동부 유럽을 강타한 폭우로 최소 24명이 사망하고 주요 기반 시설이 침수되는 등 극심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나왔습니다.
특히 폴란드와 체코 곳곳에서 주민들이 대피하고 도로가 폐쇄됐으며 행사가 취소됐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비버가 만드는 댐이 강둑을 훼손하고, 비버가 굴을 파면서 제방을 약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전문가들은 홍수 피해 책임을 비버로 돌리는 투스크 총리의 발언을 두고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환경 생물학자이자 비버 전문가인 안제이 체흐는 정부가 "순전히 정치적인" 목적으로 비버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며 비버 사냥이 "서식지 대량 파괴, 자연 유지력 감소, 규칙 위반, 대중의 분노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비버 제거를 원하는 사냥꾼들과 농민들이 투스크 총리의 연정 파트너인 폴란드농민당(PSL)의 강력한 로비 단체라는 점도 꼬집었습니다.
체흐는 "농민들은 비버가 때때로 밭과 농작물을 침수시키기 때문에 싫어한다"며 "사냥꾼들은 비버를 사냥해 세금으로부터 나온 보수를 받고자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비버 전문가인 생태학자 게르하르트 슈바프도 "비버는 이점이 많다"며 폴란드가 댐을 보호하기 위해 비버를 죽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예를 들어 (비버가 만드는 댐은) 홍수 때 물을 가둬둔다. 물론 홍수 조절 댐이나 제방과는 다르지만, 하천의 흐름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며 "독일 바이에른에서는 비버의 댐이 여러 해 동안 마을의 홍수를 막아줬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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