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년 전 고려 나전칠기, 일본서 환수해 국내 최초 공개

    작성 : 2023-09-06 11:24:22
    13세기에 만든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45,000개 자개 붙여 꽃·잎 문양 묘사
    보존상태 고려나전 대표할 정도 뛰어나
    청자·불화와 고려시대 최고 미술공예품
    중앙박물관 3건뿐..전 세계 20건 정도
    ▲ 고려의 빛 담은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사진 : 연합뉴스 
    그동안 학계에 조차 보고되지 않았던 800여 년 전의 고려시대 빛과 혼을 담은 나전칠기 명품이 처음으로 국내에 공개됩니다.

    문화재청은 6일 국립고궁박물관(서울 종로구)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 나전칠기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언론에 최초 공개했습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고려시대/목재, 나전, 금속)는 폭 33.0 x 18.5cm, 높이 19.4cm 크기로 알려집니다.

    이번에 환수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일본 개인 소장가의 창고에서 100여 년 이상 보관되어 최근까지 일본에서조차 그 존재가 알려져 있지 않았던 유물로, 지난해 7월 재단의 일본 현지 협력망(네트워크)을 통해 최초로 확인됐습니다.

    이후 문화재청과 재단은 1년여간의 치밀한 조사와 협상 끝에 지난 7월 마침내 환수에 성공했습니다.

    현존하는 고려 나전칠기가 전 세계 20건에도 못 미치고, 그 대부분이 외국에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환수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의 문양과 보존상태가 고려나전을 대표할 만큼 뛰어날 뿐만 아니라 그동안 학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유물을 발굴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매우 큽니다.

    ▲ 자개를 따내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나전칠기는 자개로 무늬를 장식하고 칠을 한 공예품입니다.

    목재, 옻칠, 자개, 금속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며, 작게 오려낸 자개를 일일이 붙여 꽃과 잎의 문양을 장식하는 등 고도의 정교함과 복잡한 제작과정을 거쳐 완성되기 때문에 '공예 기술의 집약체'라고도 일컬어집니다.

    '자개'는 전복, 소라, 조개와 같은 패류(貝類)의 껍데기를 갈아 얇게 가공한 것입니다.

    특히, 고려의 나전칠기는 청자, 불화와 함께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미술공예품으로 손꼽혀 왔습니다.

    12세기 고려에 사신으로 왔던 송나라의 서긍(徐兢)은 '고려도경(高麗圖經)'에 “나전 솜씨가 세밀하여 가히 귀하다(螺鈿之工 細密可貴)”라고 기록했습니다.

    또 '고려사(高麗史)'에도 이미 11세기에 고려 조정이 송(宋), 요(遼) 등 외국에 보내는 선물 품목에 나전칠기가 있었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것으로 볼 때 당시 주변국에서 매우 인기가 높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려도경(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은 1123년(인종 1) 고려 중기 송나라 사절로 고려에 왔던 서긍(徐兢)이 지은 책으로 당시 고려의 문물과 풍속 등을 기록한 자료입니다.

    '고려사(高麗史)'는 고려시대 전반에 관한 내용을 정리하여 편찬한 역사서입니다.

    ▲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공개 사진 : 연합뉴스 

    이번에 환수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13세기 작품으로 추정되며, 고려 나전칠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유물입니다.

    먼저 문양을 살펴보면, 고려 나전칠기의 대표적인 문양인 국화넝쿨무늬, 모란넝쿨무늬, 연주(連珠) 무늬가 고루 사용됐습니다.

    전체 면에 자개로 약 770개의 국화넝쿨무늬를 장식하고, 천판(뚜껑 윗면) 테두리의 좁은 면에는 약 30개의 모란넝쿨무늬를 배치했습니다.

    외곽에는 약 1,670개의 점이나 작은 원을 구슬을 꿰맨 듯 연결하여 만든 연주무늬가 촘촘히 둘러져 있는 등 사용된 자개의 수가 약 4만 5,000개에 달합니다.

    또한 C자형 금속선으로 국화꽃무늬를 감싸고 있는 넝쿨줄기를 표현했고, 두 선을 꼰 금속선으로 외곽 경계선을 표현했습니다.

    국화꽃무늬는 중심원이 약 1.7mm이며, 꽃잎 하나의 크기는 약 2.5mm에 불과한데, 꽃잎 하나하나에 음각으로 선을 새겨 세부를 정교하게 묘사했습니다.

    ▲ 고려의 빛 담은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 사진 : 연합뉴스 

    이처럼 자개로 국화 또는 모란무늬를 기물 전면에 빼곡하고 규칙적으로 배치한 점, 단선의 금속선으로 넝쿨 줄기를 묘사한 점, 매우 작게 오려낸 자개에 음각의 선을 그어 세부를 표현한 점 등은 고려 나전칠기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나전 본래의 무지개 빛깔과 광택이 살아있어 오색의 영롱함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나전과 금속선 등 장식 재료의 보존상태도 현재까지 알려진 고려나전 중에서도 매우 탁월한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또한 이번 환수 과정에서 주목할 부분은 매입 전에 유물을 국내로 들여와 고려 나전칠기의 제작기법, 재료 등을 정확하게 분석하여 밝혀냈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X선 촬영 등 과학적 조사를 통하여 정밀분석을 실시했으며, 그 결과 목재에 직물을 입히고 칠을 한 목심저피칠기(木心苧被漆器)로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칠기 제작기법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번에 환수된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국립고궁박물관의 체계적인 보관 아래 향후 우리나라 나전칠기의 전통 기술 복원을 위한 연구와 국민들의 문화유산 향유 확대를 위한 전시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문화재청과 재단은 앞으로도 적극 행정과 현지 협력망 강화 등을 통해 국외 소재 중요 한국 문화유산의 발굴과 환수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며, 이번 문화유산 환수는 복권기금으로 추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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