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수 칼럼]더현대 들어설 광주 방직공장 터..근대산업 유산 보존 '과제'

    작성 : 2024-08-12 10:38:10
    ▲KBC 박준수 선임기자

    8월 초 여름 휴가차 강화도에 머무는 동안 우리나라 최초 방직공장이었던 조양방직을 방문했습니다.

    개화기 신문물의 유입 창구였던 강화도는 일찍이 방직산업이 발달해 조양방직을 비롯 한때 10여 개가 넘는 방직공장이 가동됐다고 합니다.

    조양방직은 1933년 일제 강점기 때 강화 갑부였던 홍재묵·재용 형제가 최초의 민족자본으로 설립했는데, 이는 1935년 광주 임동에 세워진 종연방직(전남·일신방직 전신)보다 2년이나 앞섭니다.

    조양방직은 1960년대까지 우리나라 최고의 인조직물을 생산했고, 강화가 섬유산업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 1933년 설립, 우리나라 최초 방직공장
    하지만 세월이 흘러 직물산업이 쇠락하자 조양방직은 폐가로 전락했습니다.

    한 골동품 수집가가 폐허가 된 방직공장을 사들여 1년 넘게 보수한 끝에 2017년 미술관 겸 카페로 재탄생했습니다.

    1,500평 규모의 공장 터와 건물 골조를 그대로 살려낸 공간은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으로 여행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기다란 작업대는 커피 테이블로 바뀌었고, 벽과 바닥에는 중국과 유럽 등지에서 가져온 골동품으로 채워져 이국적이면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마치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장소입니다.

    2021년 1월 KBS1 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 소개되며 강화를 대표하는 핫플레이스 중 하나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 폐허가 된 공장, 핫플레이스로 재탄생
    ▲오는 2028년 개점을 앞둔 '더현대 광주' 설계도 [현대백화점그룹]

    필자는 핫플레이스로 변신한 조양방직을 둘러보면서 광주 임동 옛 전남·일신방직 공장이 떠올랐습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복합쇼핑몰 중심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옛 일신·전남방직 터에 대한 근대산업유산 보존 문제는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전남·일신방직은 '일제 수탈의 아픔과 여성노동자 삶의 흔적이며 근대산업유산'이라는 역사적 상징성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전남·일신방직은 일제강점기와 산업화시기 10대 소녀들의 눈물 어린 노동의 현장이었습니다.

    현재 공장부지는 상업지역으로 도시계획이 변경돼 덴마크 어반에이전시의 '모두를 위한 도시'가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으로 선정돼 밑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상당 부분에 복합쇼핑몰과 특급호텔, 주거복합시설, 공원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 유럽, 문화를 매개로 '창조도시' 건설
    하지만 보존키로 한 생산시설들이 역사성에 입각한 근대산업유산의 가치가 어느 정도 구현될 지 아직 미지수입니다.

    유럽국가들과 우리나라 도시재생 방식은 매우 상이한 차이점을 보입니다.

    유럽은 제조업의 쇠퇴로 낙후된 지역을 문화를 매개로 '창조도시'를 건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빌바오 효과'입니다.

    스페인 빌바오시는 조선·철강 산업이 쇠퇴하자 문화와 예술을 접목해 도시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영국에서 '빌바오 효과'를 거둔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포크스톤(Folkstone) 지역입니다.

    한적한 해변 휴양도시인 이곳은 구 시가지 일부를 개발해 현대미술관을 짓고 포크스톤 트리엔날레를 개최해 소금기 어린 도시를 예술관광도시로 탈바꿈시켰습니다.
    ◇ 사회적 관점과 경제적 관점 사이 균형 필요
    또한 영국 제2의도시 버밍엄(Birmingham)은 오래 전 가동이 멈춘 카스테라 빵공장을 개조해 젊은이들이 창조적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창작스튜디오를 꾸몄습니다.

    이곳에는 모두 500여 명의 예술가와 소규모 창조기업이 들어와 역동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영국 킹스칼리지 로레타 리즈 교수는 "도시재생이 사회적 관점보다는 경제적 관점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며 "원주민과 저소득집단이 배제되지 않는 예술주도 도시재생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회적 관점과 경제적 관점 사이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전남·일신방직 부지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광주시민 앞에 펼쳐질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아울러 조양방직 사례가 전남·일신방직 산업유산 재생(再生)에 일정 부분 시사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많이 본 기사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