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선 “갑작스런 정책변화 혼란만…당초 약속된 수능체제로 가야”

    작성 : 2023-06-27 11:13:27
    “변별력 위해 고난이도 문제 출제는 불가피”
    “물수능 후에도 사교육비는 계속 증가, 난이도와 무관”
    “킬러문항 22개 모두 EBS 교재 등에 노출된 문제”
    “자사고 유지하면서 사교육 경감?…모순된 정책”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 수업 내용과 관련된 광고문 사진: 연합뉴스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가톨릭대 교수)은 수능에서 초고난도 문제를 줄여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는 혼란만 초래할 수 있어 당초 약속된 수능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물수능 이후에도 사교육비는 계속 증가했다고 언급하면서, 수능 난이도와 사교육비 경감 문제는 그다지 관련성이 높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성기선 전 원장은 오늘(27일) 아침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어제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경감대책 및 킬러문항 등 수능 난이도와 관련한 정부 정책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이같이 밝혔습니다.

    어제 교육부가 공개한 킬러문항 22개에 대해, 성 전 원장은 “그 문항들은 교육과정평가원 사이트에 원본이 다 올라가 있기 때문에 누구나 다 볼 수 있고 또 그걸 가지고 학생들이 공부를 한다”면서, “수능은 선택 과목에 따라서 약간 다르지만 전체 850문항 중에서 쉬운 문항도 있을 수 있고 난도가 아주 높은 문항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어떤 문항을 추출하더라도 문항마다 난이도가 정규분포 곡선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 시각에서는 어렵겠지만 12년 동안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은 쉽게 풀 수는 문항들로 구성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성 전 원장은 또한 교육부가 예시로 제시한 킬러문항의 기준에 대해서도 “굉장히 추상적인 용어들이어서 이걸 가지고 어떤 문항을 어떻게 출제할지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EBS 수능 연계 교재 사진: 연합뉴스 

    그리고 “지금 EBS 교재와 수능 연계비율이 과거에는 70%, 현재는 50% 정도 반영 하고 있다”면서 “EBS 수능교재에 나오는 지문들을 활용하는 문항들이 나오면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마치 교과서에도 안 나오는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고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킬러라고 한 문항들도 EBS 교재에 나온 문항에서 응용한 것이냐는 질문에, 성 전 원장은 “국어의 경우 비문학에 해당되는 과학, 경제학, 철학에 관련된 지문들은 거의 다 EBS 교재에 있다”고 적시하면서, “이 사실을 모르고 이건 대학생 수준도 어려운 문항인데 어떻게 이걸 내느냐 그러는데 학생들은 시험 문제를 받는 순간 이거는 교재에 있었던 거구나 미리 읽고 노출된 문항이기 때문에 지문을 읽지 않고 바로 문제 풀이에 들어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문항 하나하나가 어떤 출제 근거를 가지고 있고 어떤 성취 기준을 측정하고 있는지를 문항 분석을 다 하고 있다”고 환기하면서, “어제 교육부가 예시한 22개 킬러문항의 경우 정답률도 밝히지도 않고 출제 근거도 밝히지 않은 채 지문이 어렵고 복잡하다, 이런 추상적인 용어로는 문항을 제대로 분석하기가 어렵다”고 꼬집었습니다.

    성 전 원장은 나아가 “킬러문항 기준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정말 이것이 출제 근거가 불확실하거나 출제 근거 자체가 굉장히 고난도의 다른 어떤 그 텍스트를 쓰거나 아니면 그 성취 기준이 고등학생들의 교육과정 범위 안에 있는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라고 한다든지 근거가 있어야 되는데 이렇게 추상적으로 밝혀가지고는 국민들이 또는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이건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고 거듭 피력했습니다.

    아울러, 성 전 원장은 “수능의 초고난도 문항을 줄이자는 것은 저도 평가원장 시절에 계속 노력을 했고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은 그 자체로는 중요한 정책 방향이지만, 갑자기 준비 없이 특히 수능을 코앞에 두고 있는 학생들에게 혼란스럽게 하는 방식은 좀 문제가 있다”면서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우리가 정책의 방향을 예시하면서 준비할 수 있도록 해 나가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킬러 문항들을 배제하고도 변별력 확보할 수 있다는 교육부의 견해에 대해, 성 전 원장은 “지난 30여 년 동안 평가원이 다양한 출제를 경험해왔고 그 방법들을 다 쓰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새로운 방법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방법, 기법을 고도화해서 문항 변별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의심이 든다”고 반박했습니다.

    ▲6월 모의고사 준비하는 수험생들 사진: 연합뉴스 

    나아가 “국어 45문항 안에서 1등급에서 9등급까지 정규분포 곡선에 가깝게 변별력을 나타내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 그려낼 수 있느냐, 제가 보기에는 그거는 신의 경지이다”고 주장하면서, “난이도를 전체로 하는 게 아니라 문항 하나하나에 대해서 수험생 반응을 보고 있기 때문에, 그걸 출제 기법을 고도화해서 할 수 있다고 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비현실적이며, 만약에 그 고도화 기법을 장관이 알고 있으면 평가원 출제진 앞에서 특강이라도 해줘야 되지 않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지금 윤석열 정부 정책 목표는 사교육비 경감인데 킬러 문항을 배제하면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성 전 원장은 “지난 10여 년 동안의 통계를 보면 물수능, 불수능에 관계없이 사교육비는 꾸준히 올라갔다”면서 “사교육을 잡으려면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학력별 임금 격차라든지 이런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접근해야 되는데, 굉장히 지엽적인 특히 초고난도 문항이라고 하는 것 때문에 이런 정책을 편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고 사실적으로도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리고 성 전 원장은 “고등학생들의 사교육비보다 사실은 초등학생 사교육비가 더 높다”고 밝히면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아주 역설적이게도 2025년도에 폐지하려고 했던 특목고, 자사고를 지금 유지한다는 정부 방침이 오히려 초등학생, 중학생들의 사교육비를 급증시키는 요인인데, 한편에서는 사교육비를 급증시키고 한편에서는 초고난도 때문에 사교육비를 줄이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모순적인 정책이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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