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장지를 팔면서 다른 친족의 동의를 받지 않고 조상의 묘를 발굴해 화장했다면 유골손괴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51살 정 모 씨와 77살 장 모 씨의 분묘발굴 유골손괴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지난 8일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모자 관계인 두 사람은 2020년 7월 천안의 한 임야에 있는 합장 분묘를 포크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해 발굴하고 유골을 추모 공원에서 화장해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들이 발굴한 묘에는 정 씨의 증조부모와 조부모, 삼촌 등이 매장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사람은 장지를 타인에게 매도하면서 민법상 제사 주재자인 사촌 형제 등 다른 자손들의 동의 없이 묘를 발굴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재판의 쟁점은 정 씨와 장 씨의 행위를 유골 손괴로 보고 처벌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1심은 이들의 혐의를 전부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반면 2심 법원은 유골손괴죄는 적용할 수 없다고 보고 분묘발굴죄만 인정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씩을 선고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유골손괴죄가 성립하려면 사망한 사람에 대한 사회적 풍속으로서 종교적 감정을 침해할 것이 요구된다"며 "적법한 장사의 방법인 화장 절차에 따라 종교적, 관습적 예를 갖춰 납골당에 유골들을 안치함으로써 제사와 공양의 대상으로 제공했다면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유골을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함부로 유골의 물리적 형상을 변경하는 등으로 훼손하는 것은 사자에 대한 경애·추모 등 사회적 풍속으로서의 종교적 감정 또는 종교적 평온을 해치는 손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적법한 장사의 방법인 화장 절차에 따라 유골이 안치됐다는 등 이유만으로 손괴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원심 판단에는 형법상 유골손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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