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무용지물에 혈세 100억' ICT 창조마을의 실태

    작성 : 2017-06-04 16:38:14

    【 앵커멘트 】
    //KT 광고 "4~5초“

    섬마을 노인들이 원격 진료를 받고, 사랑방에 모여 최신 영화를 보는 한 이동통신사의 광고, 기억하십니까?

    정부는 이 광고에 나오는 신안 임자도의 사례를 바탕으로 2015년부터 ICT 창조마을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2016년까지 들어간 예산은 모두 100억원, 전국의 농촌마을 35곳이 대상지였습니다.


    이 가운데 전남의 마을은 모두 8곳, 들어간 예산은 19억 원에 달했습니다.//

    오늘 탐사보도는 오지 마을에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도입한다며 시작한 ICT 창조마을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박성호 기잡니다.


    【 기자 】
    광양의 한 산골마을입니다.

    마을 입구에 버스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안내 시스템이 눈에 띕니다.

    정류장에 버스가 들어오지만 안내시스템은 운행 정보가 없다는 문구만 계속 나옵니다.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겁니다.

    주민들은 이런 고장이 잦다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 싱크 : 광양시 메아리마을
    - "지금 현재 어디 오고 있다든지 그런 게 전혀 작동이 안 되더라고요. 어떨 때 보면 고장이 나있고, 좀 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어요."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봤습니다.

    터치 스크린으로 지도와 관광 정보를 안내해주는 키오스크가 펜션 단지 사무실 앞에 세워져 있습니다.

    손으로 터치스크린을 눌러봤습니다.

    역시 고장입니다.

    ▶ 싱크 : 광양시 메아리마을 관계자
    - "“뭐가 별게 다 나오니까 애기들이 와가지고 막... 그래가지고 지금 잘 안 움직여요.”"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이 펜션 단지 옆쪽에는 커다란 태양광 집열판이 설치돼 있습니다.

    ICT 창조마을 사업 예산으로 설치된 겁니다.

    사업 신청서에는 없던 항목입니다.

    태양광 설비를 들이느라 원격진료 시스템과 노인 안심밴드 등 기존 사업은 빠졌습니다.

    마을 주민 수익을 위해 혈세를 써버린 겁니다.

    ▶ 싱크 : 광양시청 관계자
    - "ICT로 가능하냐 하면 저도 판단이 모호하고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이 사업(태양광)을 못하게 했어요 주민분들이 태양광에 대해서 집착을 하셨어요."

    이처럼 고장난 채 방치되고 취지에 맞지 않는 사업에 무려 6억 4천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다른 마을은 어떨까.

    마을 회관에 노인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 작은 공간에 설치된 TV는 모두 3대, 하지만 한 대는 쓰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 ICT 사업 목적으로 설치된 신형 스마트 TV입니다.

    인터넷과 연결해 쓸 수 있게 키보드와 마우스도 놓여있습니다.

    모두 새 것 그대롭니다.

    일반 TV보다 작동이 까다로워 고령의 주민들이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싱크 : 진도군 상보전마을 주민
    - "(새로 설치한 TV) 그게 더 좋은데 못 트니까 그래요. 어떻게 하면 안돼, 맨날 개하고 밀하고만 나오고"

    방 한 쪽에는 원격진료 시스템이 방치돼 있습니다.

    의사와 화상통화를 하며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설비입니다.

    주민들은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릅니다.

    ▶ 싱크 : 진도군 상보전마을 주민
    - "(뭐하는 물건인지 아세요) 혈압 재면 몇이라고 말해주는 것이라던데 해보기는 안했습니다만"

    옆 마을도 상황은 마찬가지.

    노인회관 신형 컴퓨터는 새 것 그대로입니다.

    키보드와 마우스는 포장조차 뜯지 않습니다.

    관광안내 키오스크는 관광지가 아닌 곳에 방치돼 있습니다.

    주민들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줄도 모르는 첨단 기계를 들이는 데 수 억원을 낭비한 셈입니다.

    ▶ 싱크 : 진도군 초사마을 주민
    - "한 번도 안 해봤지. 우리가 이렇게 보기만 했지. (쓸지 모르세요?) 우리가 뭘 하겠어요. 90살 다 먹은 사람들이 뭘 하겠어요."

    무용지물로 방치된 것은 정보통신 장비뿐이 아닙니다.

    개당 수천 만원을 들여 만든 한 ICT 창조마을의 온라인 장터 홈페이지입니다.

    한과를 전문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클릭해도 구매가 되지 않습니다.

    마을을 찾아가 봤습니다.

    한과 생산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 싱크 : 영암군 월평마을 주민
    - "아직은 안하고 있으니..하면 인터넷으로도 팔고 하려고 하는거 같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하세요?) 지금 아직 안하고 있어요. (아직 한과 생산 안하세요?) 네"

    ▶ 스탠딩 : 박성호
    방치되고, 고장나고, 아무도 쓰지 않는 시설에 농식품부는 지난해까지 모두 백억 원을 쏟아부었습니다.

    시.군도 자체 예산으로 30%를 충당했습니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농식품부는 올해 또 23개 마을을 ICT 창조마을로 선정하고 46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습니다.

    kbc 박성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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